시민 행정참여 확대 취지 달리
대부분 위원수 채우기에 급급
지자체 사업 관여인물 등 앉혀
재위촉땐 단체장 임기와 같아
부산에선 회의록 조작 의혹
8개 위원회 중복위촉 위원도
인천 = 지건태 기자·전국종합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우후죽순 난립하는 각종 위원회가 단체장에게 부여된 ‘독임제’(獨任制)의 한계를 보완하고 시민의 행정 참여를 확대한다는 당초 취지와 거리가 먼 ‘식물 위원회’란 비난을 듣는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상당수 위원회는 여전히 단체장의 공약 사업을 이행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하거나 정치적 세를 과시하기 위한 ‘들러리’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19일 행정안전부와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7개 시·도에 설치 운영되는 3499개 위원회에 속한 위원은 6만4320명이다. 이 중 222개 위원회를 운영하는 서울시가 5171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제주도는 310개 위원회에 3996명의 위원을 위촉했다. 제주도보다 상대적으로 위원회 수가 적은 서울시의 위원 수가 이처럼 많은 것은 그만큼 인력 풀(POOL)이 두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시가 위촉한 민간 위원의 구성을 보면 관련 학계와 직능단체 전문가가 2809명(54.3%)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시민사회 활동가가 1079명(20.8%)을 차지했다. 서울시보다 많은 248개의 위원회를 운영하는 인천시의 경우 서울과 같은 수도권이지만 인력 풀이 적어 3개 이상의 위원회에 중복 위촉된 위원만도 57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8개 위원회에 위촉된 위원도 있다.
민간 전문가를 통해 정책 심의와 조언을 받겠다며 예산을 들여 설치한 위원회가 형식적 구성에 필요한 위원 수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또 주민과의 ‘소통’과 ‘협치’를 목적으로 한 위원회는 공개 모집을 통해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위원회 구성은 여전히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비공개인 이유는 위원이란 ‘감투’가 스펙으로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란 설명이지만 쉽게 납득이 안 된다. 단체장이 위촉한 위원 상당수는 해당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동조하거나 관여해온 인사들이다. 이 중에는 지자체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시민단체 활동가도 일부 포함돼 있어 새로운 관변단체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된다. 이들 위원회의 위원 임기는 보통 2년이지만 해당 지자체가 재위촉할 수 있는 단체장의 4년 임기를 함께한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부산 동래구 복천동 주변 재개발 사업에 따른 심의과정에서 부산시문화재위원회의 회의록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위원회 회의에서 거론하지 않은 내용이 회의록에 담겨 위원회 무용론도 제기됐다. 인천시에서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만든 공론화위원회가 1호 안건으로 ‘친환경 폐기물관리정책과 자체매립지 조성’을 다뤄 박남춘 인천시장의 정책공약에 힘을 실어주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김동원 인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정의 정책 파트너로 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위원을 위촉하고 책임과 권한을 확대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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