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사회부 차장

지난 2009년 4월 매일 오후 2시면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층 기자실은 긴장감이 팽팽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이 국민 관심이 집중된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 수수 사건에 대한 정례 브리핑을 했다. 기자들은 어떤 보도가 오보이고, 어떤 보도가 틀리지 않았는지를 확인했다. ‘논두렁 시계’ 보도 등 피의 사실 공표 논란과 피의자의 극단 선택이라는 비극으로 비화했지만 공인인 전직 대통령 비리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다가서려고 했다. 피의자 인권 보호와 무죄 추정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도 그 이상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2년이나 지났지만 역사는 퇴보했다. 법무부는 지난 17일부터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내놓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뜯어보니, 기소 전 사건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는 규정들은 ‘독소 조항’으로 가득했다. 현행 규정 제9조 5항 ‘수사에 착수된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어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친 경우 공개’에서 중요 사건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7조 또는 검찰보고사무규칙 제3조 1항에 해당하는 중요 사건’으로 구체화됐다. 전자는 공소시효 임박 사건, 내란, 외환, 선거, 테러, 대형참사 등이고, 후자는 고위 공무원·국회의원·판사 등의 범죄,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한 사건 등 13가지다. 이 사건들은 검찰 사무보고 규정에 따라 각급 검찰청의 장이 상급 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보고해야 한다. 전문공보관이 알릴 필요가 있는 중요 사건을 일차적으로 판단하지만 보고 체계상 어떤 식으로든 박범계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최종 판단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와 검찰이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는 경우(제9조 1항), ‘공개되는 정보가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에 한정한다(제9조 2항 신설)’는 제한 조건을 뒀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춰도 더욱 까다로워진 형사사건공개심의위를 통과해야 한다. 이중삼중의 차단막을 세웠다.

개정안에는 언론에 수사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면 인권보호관이 담당 검사나 수사관의 피의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진상 조사하고 내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담당 검사가 ‘범죄자’로 의심될 수 있다. 오보 관련 조항도 ‘언론의 취재 요청 내용 등을 고려해 오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대응하는 내용이 신설됐다. 역으로 오보가 아닌 사실을 보도할 경우 법무부와 검찰이 이를 무시하면 자칫 권력 사건이 이슈화되지 못할 수 있다. 월성 원전 사건이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이 묻히게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규정의 주요 당사자인 언론 및 시민사회와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위축돼 국민의 눈과 귀가 막히면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치게 된다.
김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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