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의 ‘신호등’
음악동네 게시판에 예고가 떴다. “주간 아이돌 온앤오프가 비투비의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커버에 도전한다.” 도대체 무슨 얘긴가. 몰라도 그만이지만 주제넘게 ‘통역’을 하자면 이렇다. ‘주간 아이돌’은 케이블채널(MBC M, MBC에브리원) 프로그램이고 ‘온앤오프’는 스위치를 켜고 끄듯(ON/OFF) 색다른 매력을 보이겠다는 6인조 보이그룹이다. 그들이 ‘비트를 위해 탄생했다’(Born To Beat)는 뜻의 이름을 가진 선배 6인조 보이그룹의 노래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를 자기네 스타일로 소화해 부른다는 얘기다. 노래를 들어보면 ‘시간이란 건 순간이란 게/ 아름답고도 아프구나’라는 가사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한 줄이면 충분할 예고를 세 줄 넘게 설명한 것도 시간의 흐름이 가져다준 아픔일지 모른다.
음악동네의 효자는 오래 불리는 노래다.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불효자가 많다. 그럼 부자는 누구일까. 남의 노래가 아니라 자기 노래를 가진 사람이다. 건물은 등기부에 따라 주인이 바뀌지만 자기 노래는 죽은 후에도 영원히 그의 노래다. 그들에게 노래는 양식이고 등불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어둠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김광석 ‘나의 노래’ 중) 그래서 ‘나의 노래는 나의 힘’이고 ‘나의 노래는 나의 삶’이다.
삶의 길목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 눈으로 볼 땐 호감이었는데 말을 하는 순간 반감으로 바뀌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데뷔 무대에서의 인상적인 자기소개는 인간적 매력을 선보일 찬스다. ‘싱어게인’(JTBC)에서 ‘63호’로 불린 스물한 살 청년 이무진은 자신을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라고 소개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빛내는 모습이 꽤 감동적이고 저와 닮았다 생각했습니다.”
이무진은 음색이 독특하다. 노래를 쥐락펴락하는 재주도 지녔다. 첫 곡 ‘누구 없소’로 수없는 ‘누구’를 깨웠다. 하지만 남의 노래를 아무리 잘 커버해도 그건 커버(표지)일 뿐이다. 벗기면 실체가 드러난다. ‘신호등’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출사표라 할 수 있는 노래다.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 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청년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고민의 순간과 마주한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김광균(1914∼1993)은 신호등 대신 가스등 앞에서 멈춰 섰다.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시 ‘와사등’ 중) 1970년대에도 교차로 앞에서 청년은 머뭇거렸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김상진 ‘이정표 없는 거리’ 중)
신호 무시하고 빨리 달려갈까, 느리지만 뚜벅뚜벅 걸어갈까. ‘붉은색 푸른색 그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이무진 ‘신호등’ 중) 살다 보면 수없는 사람을 만난다. ‘신호등’에 등장하는 친구들의 면모도 다양하다.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 ‘유명가수전’(JTBC)에서 그는 김연자의 ‘수은등’(1984)을 커버했다. ‘수은등 은은한 빛 변함은 없어도/ 당신은 변했구려 보이질 않네’ 살면서 노란색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ON) 한 번씩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렇게 빨리 사라지는(OFF)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작가·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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