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끝날 때까지 두면 안돼”
인사 불이익 등 압박한 정황
이관섭, 한수원 사장 사퇴전
“내가 감당 못해”어려움 호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탈원전 정책 반대 등을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교체 방안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야당 출신 인사도 비리 연루자와 마찬가지로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반대 인사 퇴출 지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제2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은 백 전 장관이 이관섭 전 한수원 사장에 대한 교체 지시부터 야당 출신 에너지 공공기관 임원들을 교체하라는 발언까지 산업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내용을 공소장에 담았다. 공소장을 보면 백 전 장관은 2017년 8월 11일 “사장, 이사, 감사 등 인사와 관련해 한나라당(당시 자유한국당, 현 국민의힘) 출신, 탈원전 반대 인사, 비리 연루자는 빨리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또 사실상 임기를 2년 3개월이나 남은 이 전 사장을 염두에 두고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 인사에 대해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놔두는 것은 곤란하다”고 산업부 직원들을 꾸짖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해당 발언을 산업부 공무원 진술과 메모 등을 통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백 전 장관의 교체 지시가 이 전 사장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된 정황도 포착됐다. 공소장에는 2017년 11월 10일 산업부 고위 공무원을 만나고 온 한수원 임원이 이 전 사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대로(산업부와 협의한 대로) 하지 않으면 (사장) 자리 보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담았다. 당시 회의는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 작성 및 제출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같은 발언 등에 근거, “(이 전 사장 등) 한수원 관계자들에게 (조기 폐쇄에) 응하지 아니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가할 듯한 태도로 압박했다”며 “이로 인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인 ‘폐지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이 전 사장은 임기를 1년 10개월이나 남겨둔 지난 2018년 1월 돌연 한수원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전 사장은 이와 관련, 대전지검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사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등에 대비해 1~3안 등 대책을 담은 산업부 내부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전 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문건이 작성되기 이전인 2017년 11월쯤부터 산업부 차관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사장은 에너지전환 로드맵 국무회의 의결(2017년 10월 24일) 등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본인 생각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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