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친구들에게

벌써 시간이 많이도 흘렀구나. 졸업식 날 정들었던 대학 캠퍼스를 떠나며 너희들에게 ‘나 없어도 잘 지내’라고 인사를 건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

이후로도 이따금 너희와 연락이 닿았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그래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더라. 10년이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바쁜 일상 속에, 새로운 만남 속에 조금씩 너희를 잊어 갔던 것 같아.

최근 한창 우리 대학 다니던 시절에 쓰던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어. 지금이야 카카오톡으로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한 세상이 됐지만, 그때는 일촌도 맺고 서로 방명록도 남기고 나름 재미도, 낭만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 소식을 듣고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옛 사진들을 다시 찾아보게 됐어. 그 당시 사진들을 보니 너희들과 함께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 요즘 제품이랑 비교도 안 되는 낮은 화소의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은 더 선명해지는 것 같아 나름 색다른 느낌이었어.

함께 답사 가서 찍었던 사진, 동아리 활동하면서 찍었던 사진, 중국 여행 가서 찍었던 사진, 이후 이따금 만나면서 소소하게 찍었던 추억의 한 페이지들이 모여 생생하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더라.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졸업식 때 찍은 거였어. 부담이 될 것 같아 너희에게 오라는 얘기도 안 했는데, 한창 쉬고 있을 방학에 꽃다발들을 들고 졸업식을 찾아 준 너희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 그때는 그런 순간이 앞으로도 많이 있을 줄 알았는데….

졸업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사회에 나와 보니 너희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정말 소중한 순간이었음을 새삼 다시 느끼고 있어. 타임머신이 만들어진다면, 내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어느 시기보다 너희와 함께했던 대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그래서 그때 하지 못했던 경험을 더 많이 해보고 싶어. 그만큼 소중한 시간이었으니까.

어느덧 30대 중반이란 나이가 되고 보니, 천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 청춘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 그때는 몰랐는데 말이야.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개수 아껴가며 간신히 문자 메시지 보내던 게 어제 일 같은데, 지도책 보면서 이곳저곳을 다니던 게 오래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현실에 분개하며 세상을 함께 고민하던 때가 바로 어제저녁인 거 같은데, 지금은 마치 닿을 수 없는 머나먼 세상일이 돼버렸어.

잘들 지내고 있니? 사람들 만나는 게 어려워진 시기라 더 보고 싶다. 코로나19 끝나면 한번 연락할게. 그때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길 바라. 고맙고 많이 사랑해 나의 청춘들!

오지훈 경기도청 평화대변인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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