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있는 미국인을 1500여 명으로 추산하면서 철수 시한인 오는 31일 이후에도 “탈출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25일 밝혔다.
하지만 미군이 철수하면 유일 출구인 카불 공항이 탈레반에 장악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미처 탈출하지 못한 아프간 난민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사이버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동남아 순방 중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연일 대중 견제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국이 벌써 ‘포스트 아프간’ 의제로 전환하는 모습이 역력해지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수 작전이 시작된 지난 14일 기준 아프간에는 미국인 6000여 명이 있었고 이중 4500여 명이 가족과 함께 대피했다”며 “남은 1500여 명 중 500명에게는 공항 도착 방법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제공했으며, 나머지 1000여 명에 대해서도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을 떠나려는 미국인과 아프간인들을 돕는 데에는 마감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철수 시한인 31일 이후에는 “주로 외교적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도 “30∼31일은 미군 및 장비 철수를 우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시한 내에 탈출하지 못한 미국인이나 아프간 난민에 대한 보호는 어렵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을 버렸다는 비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아프간군 사령관이었던 사미 사다트 장군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아프간군이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버려졌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 역시 급속하게 ‘포스트 아프간’ 의제로 옮겨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빅테크’ CEO들을 대거 소집한 사이버안보 강화 대책 회의를 주재했고, 미 하원 역시 4조 달러(약 4657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격적인 절차를 개시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베트남에서 “중국에 유엔 해양법 협약을 준수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대중 견제 발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