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U 첫 ‘아시안 히어로’ 주연
인류 말살 거대악 맞선 암살자
전작 블랙팬서·캡틴마블 이어
인종·성 차별적 메시지에 반기
식상한 ‘동양적 세계관’ 아쉬워
2개 ‘쿠키 영상’ 놓치지 말아야
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대니얼 크리튼·텐 링즈)은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페이즈3를 마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페이즈4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그 포문을 MCU 최초 아시안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인 ‘텐 링즈’가 연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동양 사상을 접목시키며 그동안 MCU가 펼친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하는 10개의 링(텐 링즈)의 힘을 바탕으로 수세기 동안 어둠의 세상을 지배해 온 웬우(량차오웨이·梁朝偉)는 아들 샹치(시무 리우)를 후계자로 지목하고 암살자로 키운다. 샹치는 이를 거부하고 평범한 삶을 선택하지만, 그와 여동생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의 습격을 받은 후 다시금 자신의 운명과 마주하고 인류를 말살하려는 거대 악에 맞서게 된다.
‘텐 링즈’는 앞서 ‘블랙 팬서’와 ‘캡틴 마블’로 각각 최초 흑인, 여성 히어로를 내세워 차별을 거부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한 MCU의 세계관에서 한 발 더 나간다. 캡틴아메리카로 대변되던 서양 중심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지키는 세계평화)를 넘어서 동양 히어로를 MCU 세계관 안으로 보듬는다.
극 중 동양인인 주인공에게 “안녕, 강남스타일”이라고 묻는 서양인에게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고 답했다는 대사와, 여성이란 이유로 훈련에서 배제된 인물에게 “넌 너무 오래 그늘에 가려져 왔다. 동등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대사는 인종, 성별로 인간을 구분 짓는 차별적 메시지에 반기를 든다. 아울러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동양적 제사를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려고 시도한다.
페이즈3와 ‘텐 링즈’를 잇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웬우가 이끄는 텐 링즈 군대는 영화 ‘아이언맨3’에서 등장한 테러리스트인 만다린의 실체였고, ‘닥터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주역인 동양인 캐릭터 웡이 등장해 페이즈3와 페이즈4를 잇는 징검다리를 놓는다. 샹치와 웡의 관계는 영화가 끝난 후 소개되는 쿠키 영상 속에서 더 긴밀하게 엮이며 다음에 소개될 시리즈와 연결시킨다. 쿠키 영상은 2개고, 반가운 마블 히어로의 모습도 오랜만에 볼 수 있으니 꼭 챙겨야 한다.
하지만 ‘텐 링즈’의 동양적 세계관이 이미 다른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경험한 메시지라는 점은 아쉽다. 물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곡선이 직선을 이기고, 부드러움이 강함을 극복할 수 있다는 설정은 “이너 피스”(inner peace)를 외치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숲을 배경으로 마치 춤을 추듯 무술합을 주고받고, 이를 슬로모션으로 부각시키는 연출법 역시 ‘와호장룡’을 비롯해 여러 중국 무협물을 통해 지켜본 익숙한 장면이다. 주변의 사물과 지형지물을 이용한 재치있는 액션은 청룽(成龍), 리롄제(李連杰)표 영화에 친숙한 한국 관객들에게는 다소 식상할 수 있다. 9월 1일 개봉. 132분.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