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에세이 ‘벌거벗은 미술관’ 펴낸 양정무 교수

MZ세대 미술시장 관심 커져
신뢰할 시장 시스템 만들어야

초상화들 얼굴 거의 ‘엄근진’
박물관 무거운 분위기 아쉬워


“미술은 너무나 즐겁고 중요한 세계이기 때문에 소수 계층에만 한정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는 데 제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양정무(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술사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저술과 방송,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쳐왔다. 그가 최근 펴낸 미술 에세이집 ‘벌거벗은 미술관’(창비 발행)도 같은 맥락에 있다. “미술이 신비주의 베일에 가려져 고상한 취미나 교양으로 포장되는 현실을 넘어서 영욕의 인류사를 담은 생생한 실체라는 인식에 다가가기 위해 크고 묵직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를 느꼈습니다.”

고전 미술이란 무엇인가. 박물관과 미술관은 시민사회에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하는가. 양 교수는 책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미술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꾀한다.

그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자신들의 자부심을 위해 고대 그리스 미술을 신격화했다. 그로 인해 복제품을 고전 미술의 정수라고 착각하는 사례도 생겨날 정도였다.

양 교수는 프랑스혁명 이후 인류의 지혜를 담은 물품을 모아 시민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공공 박물관이 탄생한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런 박물관은 제국주의 국가들에 의해 약탈한 물품을 과시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미래의 박물관은 테크놀로지의 변화를 수용하면서 시민 평생 교육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박물관이 무거운 분위기를 가진 장소라는 느낌이 강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명 박물관, 미술관에 있는 초상화들의 얼굴 표정이 대체로 ‘엄근진(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한)’에 가까운데, 그것이 문명을 표현하는 미술의 표정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책에서 과거와 현재, 서구와 한국을 넘나들며 이야기를 펼친다. 방송에서 만나는 특유의 친근한 어투가 책에도 살아 있다. 풍성한 화보가 이야기의 흥감을 더 한다.

그는 “흔히 미술사를 명작으로 이어진 위대한 역사라고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패와 미완성으로 이뤄져 있다”고 했다. 그래서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휴머니즘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일상적 번민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위대합니다.”

그는 마지막 4장에서 ‘미술과 팬데믹’을 다뤘다.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 팬데믹은 미술에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죽음이 만연해진 시대에 구원의 역할 매개로 미술이 부각됐고, 미술품을 향유하는 계층이 소수 귀족에서 시민계급으로 확 늘어났습니다. 이는 르네상스의 동력이 됐습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도 인류 문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르네상스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보듯 지역 패권주의 기승은 문명 관점에서 우려된다고 했다.

“1인 미디어 예술의 발흥 등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게 인간관계의 종말로 갈지, 초연결의 새 문화로 변환될지 기로에 서 있습니다.”

양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국내 미술 시장에서 부상한 것을 중시한다. “정서적 힐링에 자본을 투자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인데요, 기존 컬렉터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 시장 저변이 넓어진 것이 긍정적입니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면, MZ세대가 신뢰할 수 있도록 시장 시스템을 투명하고 검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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