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쓰이는 용어 중에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이란 말이 있다. 수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2인 1조로 짝을 이루는 것을 말한다. 이때 참가자들 모두 자신의 동료(버디)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고 있어야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다. 해마다 잇따르는 산업재해 사고 보도를 접하며 필자는 문득 우리의 산업 현장에도 스포츠 분야에서와 같은 버디 시스템의 도입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산업 현장 곳곳에는 아직도 근로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만 여기는 사업주의 낡은 인식, 원칙보다는 관행에 기대는 일부 작업장의 불감증이 불행한 사고들을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사고를 개인의 과실이나 한 가정의 비극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슬픔을 다스릴 길 없는 가족들은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 국가와 사회를 원망한다. 문제는 해법을 알면서도 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산과 인력 등 여러 가지 사정이 그 원망스러운 안전사고를 반복적으로 부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필자가 속한 기관의 일선 사업소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안전사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충분한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사고가 일어난다. 특히 관련 예산과 인력 확보 외에 더 시급한 것은 안전을 위한 현장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앞서 인용한 스포츠 분야의 버디 시스템이 바로 이 같은 안전사고 예방 체계를 구축할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 볼수록 안타까운 고 김용균 씨 사고도 실상 그 당연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서였다. 현장 안전의 최후 보루라 할 ‘2인1조 작업 원칙’ 말이다.

안전은 관심과 참여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인력 배치는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각종 안전 장비 구입 예산은 제때 편성돼 반영하고 있는지, 나아가 안전 강화를 위한 규정이나 제도개선 노력은 꾸준히 펼치고 있는지 공동체 모두가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과 이웃, 동료에 대한 따뜻한 관심, 그 속에 숨은 어려움을 내일처럼 여기는 참여가 산업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듬직한 첫걸음이다.

송호기 한국전기안전공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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