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언론 접촉이 가장 적은 대통령이다. 취임 후 국내 주요 일간지와 대면 인터뷰를 한 바 없다. 언론계 인사들과의 공식·비공식 간담회도 거의 없다. 청와대 출입기자 신년 기자회견 외에 국내 매체와의 직접 인터뷰는 KBS의 ‘대통령에게 묻는다’가 유일하다. 반면 뉴욕타임스와 타임 등 해외 언론과는 개별 인터뷰를 해 내외신 역차별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가뭄에 콩 나듯 한 인터뷰는 늘 후폭풍이 일었다. KBS 인터뷰 땐 송현정 기자의 태도를 문제 삼는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북협상에서 변죽만 울렸다”고 했다가 트럼프 측의 반발을 샀다. 타임은 “김정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일편단심은 망상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기자협회보 서면 인터뷰 때 “기자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적다”는 질문에 대해 “국민과의 직접 소통에 방점을 두고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SNS 메시지 발신과 국민과의 대화, 간담회 등을 예로 들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을 해야 하는 자리는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하는 ‘대국민 쇼’에 집중한다는 말이다. 언론 기피증을 넘어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공론의 장으로서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태도와 다름없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여당이 언론족쇄법을 밀어붙이는 것은 언론을 모르고, 언론을 불편해하는 문 대통령이 언론자유 원론만 얘기하며 침묵하기 때문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언론봉쇄법에 대해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 ‘묵시적 동의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해석은 자유로이 하시라”며 오만한 태도까지 드러냈다. 미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 책상은 ‘결단(resolution)의 데스크’라고 불린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사(國事)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언론봉쇄법에 끝내 문 대통령이 침묵한다면 결단의 책상 앞에 앉지 않겠다는 뜻이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 여당과 참모의 장막 뒤에 숨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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