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뒤 협상 소강상태
임기말 文정부 상대하는 대신
美 직접 압박하며 주도권 쥐기
영변 상징성 부각하기 의도도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은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는 미국에 대화 재개 전 제재 완화를 압박하는 동시에 자체 핵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우위를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 대북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도발을 자제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가능성을 회피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29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핵 관련 9월 연례 이사회 보고서에서 영변 핵시설 내 5메가와트(㎿) 원자로와 관련해 “2021년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을 포함해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은 2018년 12월 이후 가동하지 않던 곳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반년 이상 비핵화 협상이 소강 국면인 상태에서 가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협상 재개에 앞서 ‘대미 압박’ 의도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임기 말을 맞은 문재인 정부와 상대할 경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되 협상 전에 제재 완화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다. 또 미국이나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 핵전력을 강화함으로써 내부 결속과 함께 대외 협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포석도 담겼다. 핵전력 확장을 위해서는 핵 재처리 시설 가동 외에도 핵 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연수 국방대학원 교수는 “상당량의 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는 북한이 굳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까지 재가동한 것은 군사적 목적 외에 미국을 압박해 향후 협상의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굳이 한국을 디딤돌로 삼지 않고 미국과 교섭하려는 생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변 핵시설이 국제사회에서 가진 특수성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의 핵 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북제재 해제와 맞바꾸려다 실패했다. 북한은 이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영변의 상징성을 보여줌으로써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영변 핵 시설은 북한 전체 핵전력의 반도 안 되지만 국제사회의 과도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영변을 중심으로 비핵화 협상에 나설수록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영변 외에도 평양 남부 강선과 평북 박천, 자강도 하갑 등에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배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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