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美 노규덕 “인도적인 협력”
이인영, 남북관련 행사 잇달아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지난 7월 초부터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움직임을 보여왔음에도 여전히 인도적 지원을 통한 ‘한반도 프로세스’ 재가동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북한이 대미 압박용 핵전력 강화 카드를 들고나온 상황에서 대북 지원 등에만 매달릴 경우 ‘비핵화 전 제재유지’ 원칙을 강조해온 미국과 대북 정책에서 파열음이 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미국을 방문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단 가능한 분야에서 필요한 사전 준비 같은 것을 해놓고 기회가 되는 대로 북측과 협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가급적 여러 분야에서 북한과의 인도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패키지를 만들어가고자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며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 유화책과 대미 설득 방침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복원된 남북 간 통신선을 다시 단절했음에도 인도적 지원을 내세워 미국에 조속한 대북 대화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움직임이 7월 초부터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인지하고도 대북 대화에만 매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번 주 한반도국제평화포럼(31일)과 남북대화 50년 기념식(1일) 등에 연속 참가해 남북 간 협력 및 인도적 지원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대해 협상에 나서기 위한 사전 단계 아니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지렛대 삼아 대미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의 중재자 역할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대화 과정에서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해온 한국을 불신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한과의 교류·협력 대신 핵을 중심에 놓는 대응을 주문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계속해서 핵 능력을 강화해 왔다”며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에 대해 모라토리엄 상황이란 전제 대신 한·미 간 공조를 강화해 핵 억제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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