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법적 근거없이 책임물어”
다른 CEO들도 줄소송 나설 듯
금융위“제도개선 등 검토할 것”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 체제 출범과 함께 사모펀드 판매와 관련한 금융사·증권사 CEO 제재 관련 제도 개선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법원이 우리은행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관련 사태에 대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내려진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취소한다는 결정을 내린 영향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무리수 남발’로 지적됐던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방식에 대한 바로잡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0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31일로 예정된 고 후보자 취임과 관련해 “금융위원장이 된 뒤 처음 착수하는 작업이 금융사·증권사 CEO 제재 개선 작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고 후보자는 지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 취소 판결에 대해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보고, 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의 영향으로 윤 전 원장 체제에서 징계 명단에 올랐던 금융계 CEO 11명의 족쇄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징계가 내려진 당시에도 법적 근거 없이 책임만 묻는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법원이 이런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DLF와 사모펀드인 라임펀드 등을 불완전 판매했는데, 경영진이 내부통제를 부실하게 한 점이 불완전 판매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양측의 주장 중 금융회사들의 주장을 담은 우리은행 측 손을 들어줬다.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내용의 핵심적인 부분을 거의 다 포함하고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없다는 이유다.
특히 재판부가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금융회사 등을 제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징계 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CEO들의 징계를 결정했지만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에서 징계안을 정식으로 의결하지 않고 1년 가까이 시기를 미루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중징계가 확정된 사모펀드 판매사 CEO들도 금융위를 상대로 대거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금융위가 최종 의결에서 CEO들의 징계 수위를 경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위는 우리은행 DLF 판매 관련 제재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 향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도 “세부 내용을 자세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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