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밤무대가 화려한 것은 1회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다음 공연은 열릴 수도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의 돈 풀기 정책은 마치 밤무대 쇼를 보는 것 같다.
지난 26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주재한 회의에서 발표된 5개 분야 87개 과제로 된 ‘청년특별대책’은 이게 가능할지 의문이 들 정도다. 만약 특별대책이 그대로 실행된다면 대한민국의 청년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주요 내용은 △저소득 청년 저축액 3배 정부가 매칭 △월세 20만 원씩 지원 △청년 고용 중소기업에 1인당 960만 원 지원 △군복무 장병 전역 시 1000만 원 마련 △국가장학금 지원 대폭 확대에 따른 중산층 반값 등록금 등이다. 이외에 △모든 기초·차상위 가구 청년들에게 연 10만 원 문화누리카드 발급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코로나 블루’ 호소 청년들에게 월 20만 원의 ‘마음건강 바우처’ 3개월 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청년·신혼부부 대상으로 ‘최대 40년 고정금리’ 초장기 정책 모기지 도입이다. 40년 고정금리 모기지 운운은 그 자체가 놀랍다.
이런 청년대책이 왜 필요한가. 정부는 ‘청년세대 격차 해소와 미래 도약 지원’을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빈곤층 격차 해소라면 최소한의 명분이 있지만, ‘청년세대 격차 해소’는 생뚱맞다. 이제 시작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경제력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청년세대에 사회가 불이익을 주고 기성세대가 차별했는가. 청년세대가 경제적으로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도록 경제 활력을 북돋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청년세대를 공짜 심리에 물들이고 정부 의존을 부추기면서 미래 도약 운운은 어불성설이다.
정책의 기본은 정합성 유지다. 최소한 정책 수단 간에 충돌이 있어선 안 된다. 기획재정부는 26일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대폭 늘어난 고용유지지원금을 ‘내년에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고용유지지원금은 2019년엔 669억 원, 지난해엔 코로나로 2조2881억 원을 집행했다. 올해 예산은 1조4000억 원인데, 내년엔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7조9000억 원)을 빼면 3조2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청년특별대책이 발표되던 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린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가계빚·집값·물가 억제’에 초점을 둬 금융 불균형 완화에 첫발을 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4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주지하듯이 금리 인상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빚투·영끌족에는 직격탄이다. 하지만 저금리는 경제적 마약일 수 있다.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소신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청년대책으로 포장한’ 현금 살포는 혹여 매표 행위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당·정은 내년 예산을 슈퍼예산으로 편성키로 했다. 금리 인상은 효율 증진을 위한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따라서 팽창예산 편성은 금리 인상과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동시에 밟으면 자동차 엔진은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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