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목숨을 건 탈출 끝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상대로 ‘박범계 장관 인형 전달식’을 진행하고 기자들에게 취재를 강요한 것은 인권과 언론 자유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우려를 넘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특히, 다음날 진행된 법무부 차관의 ‘무릎 꿇은 우산 의전’은 아프간 난민 문제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국가적 망신을 자초한 사례다. 더구나 뒤이어 발생한 전자발찌 착용 전과자의 살인사건은 인권의 핵심 토대인 민생치안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박 장관은 사과하고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박 장관은 지난 26일 아프간인 입국 관련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인천공항 현장에서 진행했다. 아프간인들에게 인형을 나눠주는 ‘쇼’가 계획돼 있었기 때문이다. 공포와 불안 속에 11시간을 비행한 아프간인들은 입국 수속을 마치자마자 다시 박 장관 행사에 동원돼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법무부 직원들은 아프간 조력자들의 입국 장면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 박 장관 인형 전달식을 취재하지 않으면 보안구역의 취재를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현장의 외교부 직원이 중재에 나서기까지 했을까. 다음날 벌어진 법무부 차관의 ‘우산 의전’이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전자발찌 착용 강력범죄 전과자의 자수로 29일 밝혀진 2건의 살인사건도 홍보에 급급한 법무부의 행태가 일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박 장관은 지난 7월 26일 전자발찌 감시 관제센터를 찾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시 보석 기간 중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함바왕’ 유상봉 씨를 2주일째 검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문책하고 대책을 지시할 자리에서 자화자찬을 했으니 전자발찌 관리 점검이나 보완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가 없고, 이번 관리 부실로 이어진 것도 그 귀결로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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