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화가 이은실의 그림을 보노라면 이런 감동과 기쁨도 잠시 유예해야 한다. 세상은 천의 얼굴을 하고 요람의 턱밑까지 와 있다. 자아가 직면한 세상은 행복도 주지만 아픔도 준다. 현실에서 욕구는 어떤 식으로든 변형되는데, 작가는 그 좌절과 불안의 내면을 투시도로 보여준다.
자기공명영상(MRI)보다 더 리얼한 대뇌 형상들이 변형에 직면해 있는 우리 욕망의 초상이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안전한 벽을 만들어준 욕망의 건축술이 그 구조를 지탱해내지 못하는 시간이다. 다행인 것은 광대무변의 자연 속에 이런 변형은 그저 조약돌보다 작다는 것이다. 당신의 분열증세, 자연 속 호연지기가 평정하리라.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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