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탄두 소형화에 적합한 무기”
천영우 “반감기 짧은 물질이라
시설 주기적 가동해 증강해와”
對美 압박강화 전략에 활용할듯
북한의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가 발견된 가운데 정보 당국은 증폭핵분열탄에 사용되는 트리튬(tritium) 추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황 파악에 주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리튬은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에 필수적인 물질로 반감기가 짧아 주기적 증산이 필요하며 추출 시설은 영변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당 대회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며 핵 무력 증강을 강조했다.
31일 북핵 문제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보당국은 북한이 최근 재가동한 영변 핵시설에서 트리튬을 추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트리튬은 반감기가 12년 3개월로 6년만 지나도 성능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며 “북한은 해당 시설을 주기적으로 가동하며 핵 증강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물질을 추출했는지와 실제 재가동이 이뤄졌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운 단계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트리튬이 사용되는 증폭핵분열탄은 기존 핵에 비해 위력이 5~10배에 달해 핵탄두 소형화에 적합한 무기체제다. 우라늄·플루토늄을 확보해도 핵무기 투발수단 확보에 한계가 있는 북한 입장에선 위력이 강한 트리튬을 증산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당국은 북한의 트리튬 생산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게 ‘영변 내 트리튬 시설’을 특정해 폐쇄 의향을 묻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트리튬 생산이 핵무력을 증강시키는 동시에 대미 압박 강도를 강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 중이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무산된 영변 카드의 가치를 트리튬 증산을 통해 높여 향후 협상을 유리한 구도로 이끌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영변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핵전력의 80%가 영변에 집중됐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초기 핵 개발국이 아닌 만큼 핵물질 생산시설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천 전 수석은 “북한은 이미 상당한 양의 핵물질을 갖고 있어 영변의 가치가 크지 않은 만큼 비핵화 협상에서 영변의 가치가 과대포장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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