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개교 이래 첫 공과대학 출신 총장으로 선임돼 주목을 받았다. 정 총장은 이공계를 나오긴 했지만, 취임 당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 중심의 고려대’를 공언했을 만큼 학업 못지않게 소통과 존중, 배려 등 인문학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정 총장은 “‘꼰대 총장’보다는 ‘선배 총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고 실제로 ‘선배 총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전임 교수 시절 일화를 듣다 보면 언뜻 엄하고 딱딱한 ‘호랑이 교수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정 총장은 매 학기 수업 시간이 되면 학생들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가 강의 시작 전 학생들에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면, 학생들이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하는 식이다. 마치 과거 중·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반장의 ‘차렷, 경례’ 구호에 맞춰 선생님에게 일사불란하게 인사를 하던 교실 풍경이 연상된다. 학생들도 다소 어색해하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요즘의 2030세대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는 이런 모습이 일종의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 총장이 인사를 나누는 데는 나름의 소신이 있다. 그는 “교수와 학생이 상호 존중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며 “강의 시작을 알리는 일종의 ‘자극’을 주기 위한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또 개강 후 첫 강의 시간에는 한 학기 수업을 어떻게 꾸려 나가겠다, 출석을 부르겠다는 등 강의 방식을 전달하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대학에서 강의 시간에 대한 책임은 교수에게 있지만, 한 학기 강의 전체는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만들어가는 만큼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교수도 잘 가르쳐야 하지만, 학생들도 교수의 수업 방식과 내용에 잘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젊은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에게 나름의 원칙과 근거를 세워 솔선수범하는 진짜 선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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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대구 생 △고려대 기계공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기계공학과 석사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 공학 박사 △한국유체기계학회 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수석부회장 △제6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서울시 캠퍼스타운정책협의회 회장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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