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정 총장은 지난 8월 24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행동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수의 의견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의미 있다고 판단되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정진택 고려대 총장이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본관으로 향하고 있다. 정 총장은 지난 8월 24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고와 행동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소수의 의견이라도 귀를 기울이고 의미 있다고 판단되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섭 기자
“평범한 일이라도 남다르게 잘하자(Do ordinary things extraordinarily well).”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인터뷰가 끝날 때쯤 A4 용지에 적힌 이 문장을 보여주며 ‘내 인생의 한 줄’이라고 소개했다. 이 문구는 2014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년 당시 자녀가 다니던 어느 학교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정 총장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덕이나 윤리를 자녀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리더가 되고 싶어 하지만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덕목을 갖추지 못한 채 자라다 보니 도덕적으로 부족한 리더들이 나온다고 본다”며 “시민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평범한 일을 남다르게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학생들이 자기 목표에 대해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러면서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도 도와줄 수 없지만 배우고자 한다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미국 작가 지그 지글러(Zig Ziglar)의 말을 인용했다. 정 총장은 얼마 전 자신을 찾아온 제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기계공학부 학부장을 맡았을 때부터 알고 지낸 학생으로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와 독일의 연구실(lab), 삼성전자 등에서 인턴을 한 뒤 지금은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정 총장은 “나는 학생 시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활동들인데 자신의 인생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계획대로 꾸려가는 모습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수가 직업(job) 등 진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조언을 해줄 순 있겠지만 학생들이 진로를 스스로 결정할 때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석사과정 때 지도교수였던 김호영 고려대 기계공학부 명예교수를 기억에 남는 은사로 꼽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정 총장은 “학창 시절 공부가 어렵게 느껴져 취업을 하면 조금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던 시기에 교수님에게 취업 의사를 말씀드렸더니 평소와 다르게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말했다. 그는 “(김 명예교수는) 내가 학업을 지속하기를 바라셨고 이후 유학을 가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며 “돌이켜보면 김 교수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교수라는 직업이 보람도 있지만 학생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그만큼 어려운 직업”이라며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게 내 목표”라고 밝혔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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