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차단 공동행동” 선긋기

美·탈레반 친분있는 카타르
‘중동의 중재자’ 급부상 전망


유럽연합(EU)이 탈레반 장악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는 난민들의 유럽 이주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EU는 ‘유럽 말고’ 주변국들의 아프간 난민 수용을 돕겠다고 밝혀 아프간 주변국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이같이 무책임한 ‘선 긋기’에 나서는 동안 아프간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선 카타르는 ‘중동의 중재자’로 급부상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31일 EU 회원국 내무 장관들은 벨기에에서 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EU는 과거 직면했던 통제되지 않은 대규모 불법 이주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공동으로 행동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장관들은 대신 아프간 이웃 국가들이 아프간인 난민을 수용할 수 있도록 6억 유로(약 8190억 원)의 패키지 지원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유럽 국가들의 이 같은 선 긋기는 시리아 등 중동에서 유럽으로 100만 명이 밀려들었던 2015년 유럽 난민 위기의 재연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방침에 아프간 주변국들은 당연히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인권단체들도 EU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섰다. 샤 마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을 만나 “파키스탄은 지난 수십 년간 300만 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해 더 이상의 난민을 흡수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간 사태에 적극 개입한 카타르가 중동의 중재자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카타르가 미국과 탈레반에 모두 친분이 있기 때문에 아프간 사태에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카타르는 미국이 자국민 등을 대피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 미국은 8월 14일 이후 아프간에서 모두 11만여 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는데, 이중 40%가 카타르를 거쳐 대피했다. 미국은 운영을 중단한 아프간 대사관 역시 카타르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카타르는 탈레반이 2013년 도하에 정치사무소를 열어 대외 창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임정환·장서우 기자
임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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