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38노스가 전한 ‘영변 5MW 원자로 7월 초부터 재가동’ 소식이 한국에서 ‘엉뚱한 방향’의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남북 통신선이 13개월 만에 다시 연결된 7월 27일 청와대가 “남북 정상이 4월부터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논의했다”고 밝히자 “통신 채널이 없는데 어떻게 친서를 교환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화두가 됐다. 야당 정치인들은 ‘대선용 북풍(北風) 공작설’을 제기했다. 이번에도 “청와대가 원자로 재가동을 알았으면서 내색하지 않고 친서를 교환한 것이냐” 하는 질책성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몸통’을 제쳐 두고 ‘깃털’ 핵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다.
영변 원자로는 1994년 제네바 핵합의 이후 가동을 멈췄다가 합의 파기 후 다시 가동됐고, 6자회담 동안에서 멈췄다 가동했다를 반복했으며, 2018년 북한의 평화 공세 시기에도 그랬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북한은 이미 최대 60여 개의 핵무기를 가진 핵보유국이며 진작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배째라’식으로 핵무기와 투발 수단을 개발해 왔다. 그런데도 플루토늄 생산을 원자로나 재처리 시설을 가동하거나 재가동하는 것이 그리 놀랄 일인가? 상습 마약 복용자가 마약을 흡입하는 것을 본다고 깜짝 놀라야 하는가?
북핵 문제의 몸통을 따로 있다. 지금까지 좌파 정부들은 남북 화해와 교류, 평화 체제 구축, 평화협정 등을 통해 북핵을 포기시킨다고 말해 왔고, 우파 정부들은 원칙·압박·제재 등을 통해 북핵을 해결한다고 해왔다. 좌우를 막론하고 거짓말을 해온 것이다. 북한은 백절불굴(百折不屈)의 핵동기(核動機)들을 가지고 있어 한국이 이래라저래라 한다고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에 있어 핵은 한국을 핵인질로 만들어 남북관계를 지배하는 수단이자 한미동맹을 이완시켜 주체통일의 여건을 조성하는 보검(寶劍)이며, 최강국 미국과 ‘외교 맞짱’을 뜰 수 있는 요술 지팡이다.
중국이 북핵을 비호하는 신냉전 구도 아래서 미국이 북핵 포기를 강제할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전임 정부의 북핵 기조를 비판하고 반대 방향의 행보를 한다. 일관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한국의 갈지(之)자 행보로는 북한을 움직일 에너지를 생산할 수 없다. 그래서 북한은 한국을 앝잡아 보고 갑질이나 한다. 특히, 비굴함을 보이면서까지 대화와 평화 연출에 목을 매는 방식으로는 욕설을 들을지언정 결코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한다.
결국, 당분간 북핵과의 동거(同居)가 불가피하다는 것, 매 순간 북핵이 증강되고 있다는 것, 대한민국이 나날이 핵인질 구덩이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다는 것 등이 북핵 문제의 몸통이다. 정부가 거짓 비핵화 환상을 퍼뜨리는 일을 중단하는 것, 북핵 해결의 그날까지 대화·설득·제재 등과 함께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국가 생존 전략을 강구하는 것, 한반도 핵균형을 위해 독자 역량과 동맹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등이 한국에 부과된 몸통 핵 과제들이다.
정쟁(政爭)거리를 찾아 깃털들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중단하고, 제발 몸통 문제들을 놓고 해법을 고민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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