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네 살배기였던 저에게 장난감 말을 태워주려고, 시골마당 전체를 아버지 혼자서 시멘트로 덮었다는 얘기, 그렇게 바라던 막내아들이 갓난아기 때 당신 얼굴에 오줌을 발사해 깜짝 놀라며 크게 웃었다는 얘기 등등 어머니와 친척들이 들려준 몇 가지 이야기와 아버지 경운기를 타고 동네 냇가에 낚시를 갔었던 부서진 조각 같은 장면들이 전부입니다.
아마도 제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저와 같은 공간에서 지낸 날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기억이 어렴풋이 날 즈음인 대여섯 살 때는 아버지께서 아프셨던 탓에 추억을 많이 쌓지 못했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십수 년이 지난 다음에도 저는 그 병명조차 모를 만큼,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그렇게 당신의 존재를 잊고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끔 당신을 떠올릴 때 들었던 감정은 그리움보다 아쉬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의 형편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당신으로 인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에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나 겨우 모은 돈으로 낸 가게가 잘되지 않은 것이 아버지의 본래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가족들 굶기지 않으려고, 당신도 잘살려고 그렇게 살았을 테지요. 그 안타까운 의도를 알 것 같아서, 많이 아쉽지만 원망의 감정은 들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제가 일곱 살이었던 것처럼, 제 딸이 이제 꼭 일곱 살이 됐습니다. 가끔 무심하게 딸을 보고 있으면 ‘아버지도 이렇게 나를 보고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그럴 때면 마냥 어리광부리기만 좋아하는 아직 ‘애기’에 가까운 자식을 두고 떠난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 쉽게 떠올려지지 않습니다. 꼭 일곱 살 된 제 딸은 올해 들어 유독 ‘아빠의 아빠는 어땠어?’ 하고 묻습니다. 아버지와의 기억이 많지 않아서, 딸의 궁금증이 풀릴 정도로 충분한 대답을 못 해주는 저 자신이 적잖이 당황스럽습니다.
7년 전 저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되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는 재미있는 아빠’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즐겁게 딸과 추억을 쌓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집 초인종을 누르면 우당탕 뛰어나오거나, 문을 열자마자 숨바꼭질 놀이나 역할놀이를 시작하는 딸을 보면서 몇 번씩이나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어릴 적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서투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 저는 좋은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딸이 저를 생각하면 언제나 웃음 짓게 되는 그런 아버지가 되겠습니다. 아버지 덕분에 이런 다짐을 되새깁니다.
막내아들 A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주요뉴스
시리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