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너만 보고 살았는데…”
추모 동참 점주차량 150대엔
‘택배 노조만 국민이냐’ 문구
김포 = 박성훈 기자
“집단 괴롭힘을 당했으면 이 어미에게 말이라도 하지.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하니?” 2일 노동조합 소속 택배 기사와의 갈등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이모(40) 씨의 영결식이 열린 경기 김포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오열과 탄식이 가득했다. 이날 영결식에서 이 씨의 아내와 세 자녀 등 유가족은 영정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만을 쏟았다. 이 씨의 어머니 박모 씨는 아들의 영정 앞에서 “가족들이 너만 보고 살았는데 어떻게든 살았어야지, 이놈아” 하며 울부짖었다.
이 씨는 8월 30일 오전 11시 53분쯤 김포시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그의 옷 주머니에서는 노조 소속 직원의 태업과 업무방해에 따른 괴로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긴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가족과 동료들은 이날 이 씨가 생전에 근무하던 김포시 하성면 택배물류 터미널에 들러 노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서 이 씨의 오랜 동료였던 이재학 CJ대한통운 김포풍무대리점장은 추도사를 통해 “내가 너를 보내는 슬픔에 지금 아무리 힘들다 한들 네가 겪었을 아픔에 비교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노총이란 거대세력의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우리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운구 행렬에는 CJ대한통운과 로젠, 한진 등 택배회사 대리점주들의 화물차 150대가 뒤따르며 이 씨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했다. 각 차량에는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택배 노조만 국민이냐, 대리점장도 국민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씨의 유해는 인천의 한 추모공원에 안장됐다.
이 씨는 2006년부터 대한통운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2013년 회사 측 제안을 받아 김포시 장기동에 택배 대리점을 개업했다. 김포 한강신도시 입주와 맞물려 일감이 늘면서 기사는 18명까지 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택배기사 12명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들은 택배 담당 구역을 나누는 ‘분구’와 배송 수수료를 올려줄 것을 요구했고 이 씨가 난색을 보이자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결국 이 씨는 가족까지 동원해 휴일에도 택배 배송을 직접 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