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의존한 폐쇄적 의사결정
회장이 일방적으로 매각철회

10개사도 횡령·폭행 등 물의
기업 가치 훼손·이미지 추락


남양유업이 대리점 갑질과 과장 광고에 이어 매각 철회로 소송전까지 겪으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식품 유통 기업을 중심으로 남양유업식 ‘오너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 소비자와 시장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로 오너 1인에 의존하는 보수적 경영, 내부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폐쇄적 의사 결정 구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과정에서 오너의 오판과 실수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직원과 주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고경영진이 불법 경영 의혹, 소송, 횡령, 폭행, 막말 등으로 물의를 빚은 식품 유통 기업은 10여 개 사에 달한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사조그룹은 최근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 오너인 주진우 회장이 아들이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를 위해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을 했다고 주장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횡령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은 보복운전 논란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경영권을 동생인 구지은 대표에게 빼앗겼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1위인 교촌치킨의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도 사내 폭행 논란이 있었다. 경쟁사인 BHC의 박현종 회장은 갑질 논란으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증인석에 서기도 했다.

식품 분야 유통 기업에서 오너리스크가 잦은 것은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견 유통 기업 관계자는 “기업 규모가 중소형인 유통 기업은 회장 1인이 성장을 주도하다 보니 영향력이 가히 절대적”이라며 “오너의 역량, 실책 하나에 기업 전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실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매각 번복으로 남양유업의 주가는 전날 3.19% 하락한 데 이어 이날 오전엔 장중 5% 이상 급락했다.

이로 인해 유통 기업 제품의 소비를 적극적으로 거부하자는 흐름도 두드러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비 행태 변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8%)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제품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정착 흐름이 대기업에서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단계”라며 “이사회·소액주주·소비자의 감시자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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