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서 두 번째가 상철이, 다섯 번째가 필자.
왼쪽서 두 번째가 상철이, 다섯 번째가 필자.
중학교 2학년때 만난 상철이

연어는 이름 모를 강 어느 모퉁이에서 부화해 넓은 대양으로의 긴 여행을 떠난 뒤 산란기가 되면 귀소본능에 의해 등지느러미를 돌려 강을 향해 물살을 가로지른다. 어쩌면 연어들은 온갖 역경을 딛고 강을 거슬러 나아가면서 삶의 환희를 만끽하고 부여된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 여기는 것 같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흔히 환갑이라 부르는 회갑은 뜻과 맥락이 같은 것으로 차이가 없다. 즉 회갑은 우리 나이로 61세를 지칭하는데, 인생의 커다란 사이클을 마치고 다시 시작하게 된다는 의미다. 태평양을 종횡무진하던 연어가 산란기가 되면 강을 향해 지느러미를 180도 돌리듯, 사람도 환갑이 지나면서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게 된다. 고향에서 마냥 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며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개인적으로는 겁 없이 뛰어놀던 까까머리 중2 시절이 더욱 생각난다. 친구 상철과의 만남도 바로 이 시기였다. 상철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아주 우연히 시작돼 상철, 해균, 준희 삼총사가 결성됐다.

환갑의 나이에 상철이가 보고 싶은 이유가 있다. 이 친구의 특징은 공부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고교 시절 3년간 반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도 뛰어났고 이벤트를 잘 만들어 친구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화술이 좋아 상철이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냥 그에게 빠져 버린다.

그 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 큰 이유는 내가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군사관학교 생도 시절에 한양대 공과대학에 다니던 상철이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용기를 북돋워 줬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주말이면 통닭 등 맛있는 음식을 들고 가장 많이 면회를 와준, 정말 힘들 때 내 손을 잡아준 친구였다. 그래서 더 생각이 난다.

또 상철이는 34년 전 내 결혼식 때 처가에 함이 들어가는 날 청사초롱을 들고 함진아비를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딸 부잣집(6명)으로 유명했던 처가에 여러 동서의 함이 들어왔는데 처남과 동서들이 상철이에게 혼쭐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결혼 후 처가를 방문해 술 한잔 얼큰하게 되면 빠지지 않고 내게 물어보는 것이 상철이의 근황이다.

함이 들어갈 때 자리를 함께했던 동기생들도 만나면 상철이 근황을 물어온다. 상철이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뚝심에 강한 인상을 받은 것 같다. 한편, 상철이를 떠올리면 그의 어머니가 생각난다. 그의 집에 놀러 가면 상철 어머니는 나를 친아들처럼 따뜻하게 맞이해주셨고 정감이 넘치셨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상철아! 상철아!’라고 아우성치는데, 상철이와는 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모든 면에서 자기관리를 잘했던 친구는 대기업 임원으로 있었는데, 요즘엔 연락이 되지 않지만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보고 싶은 오랜 친구가 없는 옆자리가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 옛날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술 한잔 마시며 회포도 풀고 툴툴 털어버리자! 상철이로 인해 가톨릭 도서실에서 만났던 고교 친구들 준호, 종명, 대우, 준기, 동일, 승훈, 준열 그리고 고향의 해균이, 문석이 등 친구들이 상철이가 없는 빈자리의 허전함을 메워주고 있다. 다들 만나면 자연스럽게 상철이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본인이 없어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친구들에게 감동을 줘왔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옛날 그의 향취가 우리 마음속에 깊게 배어 있어 지금도 지워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환갑을 지나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기에 그 옛날 향수에 젖어 까까머리 시절의 친구 상철이를 그리워하는 것 같다. 나의 친구 상철아! 보고 싶다. 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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