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회계에서 1조3000억 원을 지원하고, 보험료율을 0.2%P 인상하겠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2017년 말 약 11조 원이던 적립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5조9000억 원을 제외하면 올해 말 적립금은 -1조9000억 원이다. 고용보험은 파산한 것이나 다름없다. 고용보험이 국민을 위한 든든한 후원자가 아니라 국민의 허리를 휘게 하는 골칫거리가 됐다. 적립금이 2018년부터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으니 현 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만들어낸 고용대란 등 경제정책의 실패를 고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보험이 정말 근로자에게 좋은 제도인가. 가장 좋은 직장은 고용보험이 필요 없는 직장이다. 공무원들은 고용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고용보험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부담해 운영된다. 근로자들은 직장을 잃으면 자기가 낸 돈을 가져가는 셈이다. 공정한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업의 위험도에 따라서 차별된 보험료율이 책정돼야 하지만 현재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높을수록, 보험료율은 오히려 낮은 경향을 보인다. 결국, 근로자 간 광범위한 교차 보조가 일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실업 상태를 정의하기가 모호한 직업군까지도 실업보험에 편입시킴으로써 왜곡을 심화시켰다. 그러니 부정 수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으로 정부는 반복해서 수급하는 사람들의 급여를 조정하고 이직자가 많은 사업주 보험료를 인상했다. 문 정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증거다.
문 정부가 고용보험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흔적은 명백하게 남아 있다. 주근로시간 단축지원, 노동시간 단축지원, 노사합의 고용유지 지원금, 고용유지금 융자, 청년추가고용 장려금 등 고용보험을 이용한 사업들은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것이란 비난도 가능하다. 이는 이번 대책으로 폐지되거나 통폐합되는 사업들이다. 주 52시간제 확대 실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잘못된 정책이 없었다면 필요하지도 않을 정책이었다.
일반적으로 고용보험은 실업보험으로 부른다. 그런데 고용된 사람들이 보험료를 내지도 않는 사람들의 고용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게 설계했다. 정부가 예산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을 사용한다. 정부도 시인하는 대목이다. 고용보험기금을 쌈짓돈처럼 쓰기 위해 제도를 왜곡했기 때문에 기금이 고갈되고 보험료율이 올라가게 됐다. 제도 설계의 잘못으로 안정된 직장의 고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고 안정된 직장의 고용은 줄어들게 됐다.
고용보험의 보장성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화하면 실업 기간은 길어진다. 실업 기간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실업급여 수준과 기간을 정해야 한다. 실업 기간이 길수록 직장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은 떨어진다. 장기 실업자의 수를 줄이기 위해 근로장려세제 등의 조정을 통해 일할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재정 건전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 많던 기금을 탕진함으로써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지원제도 왜곡, 고용보험 제도의 설계 오류, 제도 운영의 무책임이 드러났다. 향후 실업보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문 정부가 왜곡한 각종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 보험료 인상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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