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륵된 사회적경제 기업 -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구매제

정부는 초기 성장단계에 있는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위해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사회적기업 제품 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민간시장에서의 매출 경쟁력을 갖는 본래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공하는 보호된 시장을 넘어 사회적기업들이 자생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공공기관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847곳이 구매한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액은 1조6225억 원으로 전년도인 1조2829억 원에 비해 26.5% 증가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실적을 관리하기 시작한 2013년 2632억 원에 그쳤으나 △2014년 3550억 원 △2015년 5957억 원 △2016년 7401억 원 △2017년 9428억 원 △2018년 1조595억 원 △2019년 1조2830억 원으로 느는 추세다.

문제는 사회적기업에 제공하는 ‘보호된 시장’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영업이익과 경쟁시장에서의 역량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동원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가 2019년 발표한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보호된 시장의 역할-공공기관 우선구매제도의 효과’에 따르면 459개 인증 사회적기업을 분석한 결과 공공조달에 참여한 기업들의 순매출이 참여하지 않은 기업들에 비해 낮았으며 참여 기업 사이에서도 조달규모가 높을수록 순매출이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공공조달 매출이 민간 매출과 총매출액 상승에 기여하지 못한 채 성장 없이도 도태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도 보호된 시장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12년째 장애인을 고용해 청소 및 소독 방역사업을 하는 부산의 한 사회적기업 관계자 A 씨는 “양질의 제품을 싸게 사고 싶은 것이 고객의 ‘니즈’인데 품질이 따라가지 못하니 민간시장으로 진출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인쇄 납품을 하는 사회적기업 관계자 B 씨는 “최근에 사회적기업이 워낙 많아져 공공기관 납품시장도 사회적기업끼리의 싸움이 됐다”며 “납품 단가가 예전에 100원이었다면 이제는 90원, 85원까지 낮춰서 우리끼리 가격경쟁을 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효율적인 지원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혜적으로 나눠주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망이 밝은 분야와 성장하지 않는 곳을 구분하는 등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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