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륵된 사회적경제 기업 - ① 지속성장은커녕 존립 기로

간판 조차 없이 힘겨운 경영
인증 반납 민간 전환 모색도

노무비 대비 수입 50% 미만
文정부서 ‘부실기업’ 급증세
2019년에는 52곳으로 늘어

자립성 취약한 구조적 체질
갈수록 생존율 하향 불가피


특별기획팀 = 박준희 기자, 나주예 기자, 안수교 인턴기자

“벌어들이는 수익이 직원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니, 자립은 불가능하지요.”

문화일보 취재진이 지난달 찾은 서울의 한 사회적기업 A 사의 관계자 B 씨는 사회적기업 생태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이 업체는 지은 지 30년이 된 3층짜리 낙후한 상가건물 한쪽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회사 간판조차 제대로 없이 힘겹게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B 씨는 “정부 지원도 끝났으니 올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반납하고 회사를 폐업하거나 민간 기업으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이것이 현재 사회적기업들이 직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설립된 A 사는 예비 사회적기업 기간인 2년, 인증 사회적기업 기간 3년 등 총 5년에 걸쳐 정부 지원을 받고 지난 7월 이후로 지원금이 끊겼다. 취약계층 직원 10여 명 가운데 5명이 정부의 인건비 보조를 받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인건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B 씨는 “(1명이) 한 달에 20일 일하고 100만 원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는데, 최저임금이 1명당 190만 원 정도 된다”며 “결국 지원금이 끝났으니 현재 체제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공분야 재정을 전문 분석하는 나라살림연구소는 문화일보 의뢰로 사회적기업 지원에 관한 정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 “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연봉을 고려했을 때 (예산) 투입 대비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총수입이 노무비의 절반에조차 못 미치는 사회적기업이 늘고 있다. 노무비 대비 총수입이 50% 미만인 사회적기업 수는 지난 2015년 20개 및 2016년 14개였지만 이후부터는 △2017년 30곳 △2018년 49곳 △2019년 52곳 등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이 무색하게 사회적기업의 양적 성장과 달리 정부 지원에 절대 의존하는 사회적기업이 늘면서 질적 성장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립성이 취약한 사회적기업의 구조적 체질로 인해 지원금이 끊긴 지 오래된 사회적기업일수록 생존율이 뚝뚝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기업진흥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원 기간이 이제 막 끝났거나 아직 남아 있는 2016∼2020년 사이 인증된 사회적 기업들의 경우 80∼90%대 생존율을 나타낸 반면 사회적 기업 근거법이 제정·시행된 2007년 인증받은 사회적 기업 55개 중 지난 7월까지 유지되는 곳은 35개로 생존율이 63%에 불과했다. 2007∼2011년까지 연도별 인증 사회적 기업의 생존율도 60%대를 넘기지 못했으며 2012∼2015년 4년간 인증된 사회적기업들의 생존율 또한 70%대에 그쳤다. 200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3530개의 사회적 기업 중 2983개 업체가 유지돼 전체 생존율은 85%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고 사실상 자체 경쟁력으로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생존율은 75.8%로 10개 중 7개꼴에 불과하다. 자립성이 없는 A 사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경우 사회적기업 생존율은 향후 하향이 불가피한 것이다.

물론 정부 지원 기간이 끝나고도 운영이 유지되는 사회적기업이 아직은 더 많은 상황이다. 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방의 사회적기업 C 사는 이미 몇 해 전 인건비 등을 지원받는 기간이 끝났지만, 현재는 사회 보험료 정도만 지원받으며 기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 사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현황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제도로 인해 매출이 증가하는 장점이 있었다”며 “기관 쪽에서 먼저 구매 문의가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C 사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그나마 좋아졌지만, 사람들의 호의만 갖고 이 업을 영위할 순 없다”며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은 연차가 오를수록 줄어드니, 자생력을 확보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사회적경제 일자리 정책은 근시안적인 인건비 지원 중심으로 지속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힘들어 보인다”며 “본래 취지대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사회통합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의 자생력과 가치향상을 높이기 위한 지속가능한 경영전략 등 세밀한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회적기업은 민간 기업과는 다른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며 “자생력 향상과 역량 강화를 통해 사회적기업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인증기업 3년 지원이 끝난 후에도 사업 컨설팅이나 판로개척 등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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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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