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투기금 부실’ 원인은…
4년간 단독 기금 운용한 기관
이례적인 단서조항 붙여 선정
수탁기관 선정 심의委도 문제
주거안정 업무하던 곳 뽑기도
사투기금 건전성도 확보 안돼
기한도래 채권액 45%‘미회수’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의 ‘돈줄’로 전락한 이유는 시가 융자사업을 그들의 손아귀에 쥐여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사투기금 운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시도 시민단체 출신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투기금은 2013년 설립 당시 서울시가 위탁기관 선정 공고를 낼 때부터 특혜 시비로 얼룩졌다. 당시 서울시는 2012년 11월 6일부터 2012년 12월 4일까지 공고했는데, ‘기존법인이 동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신규법인 설립 시 기존법인의 실적을 신규법인의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이례적인 단서조항이 붙었다. 사투기금을 위탁받은 B의 설립일은 같은 해 12월 7일. 이 때문에 애초부터 B가 사투기금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B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단독으로 사투기금을 운용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당시 서울시청 ‘금고’였던 우리은행의 시정협력비 10억 원을 B의 모기업인 I에 부당 지원한 정황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자금은 B 설립을 위한 출연금으로 쓰였다. 우리은행의 시정협력비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세입예산에 편성·집행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의 몫인 10억 원이 민간재단인 B의 재산 형성에 사용됐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수탁기관은 사투기금을 좀먹고 있다. 수탁기관은 사투기금을 무이자로 넘겨받아 사회적기업에 재융자하며 이자수익 등을 얻는다. 일례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수탁기관을 맡은 A는 사회주택 건립 등 취약계층 주거 안정이 주업(主業)이다. 금융업을 전문적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인력이 포진해 있진 않지만, 사회주택 관련 이해도가 어느 단체보다 높다”며 “금융권 채권관리 시스템도 사업에 맞게 변형해 적용하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적 금융단체도 수탁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엔 부실한 심의가 자리한다. ‘사회투자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에는 수탁기관 자격 조건이 아예 없다. 대신 사투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수탁기관 선정을 맡기고 있는데, 위원회의 검증이 촘촘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2일 회의록을 보면 특정 수탁기관의 융자 관리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면접에서 나온 질문은 사투기금 운용 담당 인원이 몇 명인지 정도다.
애초 위원회가 수탁기관의 경쟁력을 따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탁기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금융기업은 전국 21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청 기관의 92%가 수탁기관으로 선정되는 이유다.
민간 조달 자금도 부진해 당초 재정이 아닌 기금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 의도도 무색해졌다. 민간 자금 확보가 어렵자 서울시는 시와 수탁기관 자금 매칭 비율을 2013년 각각 ‘1 대 1’에서 2017년 ‘3 대 1’, 2020년엔 ‘5 대 1’로 점차 후퇴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시 재정이 투입돼 조성한 사투기금은 1070억 원(76.6%)인데, 이에 대응해 수탁기관이 조달한 자금은 327억 원(20.7%)에 불과하다. 사투기금은 투명성조차 확보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더했다. 관련 조례는 원칙적으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정보소통광장’에 올라온 회의록은 단 4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비공개다.
그 결과 사투기금의 건전성은 흔들리고 있다. 사투기금의 기한도래 채권액 20억 원 가운데 미회수 채권액은 9억 원으로 45%에 달한다. 이는 시 평균(1.2%)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투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수탁기관의 금융 전문성은 물론 기금 운용의 투명성이 필수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던 박 전 시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금 자체의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 전 서울시장의 사투기금 조성은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를 지원하려는 뜻과 더불어 정치적 고려도 분명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사투기금 운영 과정에서 시장 경쟁, 책임성, 투명성이 모두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민간 금융회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라도 사투기금에 참여하도록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정혜·권승현 기자
4년간 단독 기금 운용한 기관
이례적인 단서조항 붙여 선정
수탁기관 선정 심의委도 문제
주거안정 업무하던 곳 뽑기도
사투기금 건전성도 확보 안돼
기한도래 채권액 45%‘미회수’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의 ‘돈줄’로 전락한 이유는 시가 융자사업을 그들의 손아귀에 쥐여줬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사투기금 운영을 관리·감독해야 할 서울시도 시민단체 출신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투기금은 2013년 설립 당시 서울시가 위탁기관 선정 공고를 낼 때부터 특혜 시비로 얼룩졌다. 당시 서울시는 2012년 11월 6일부터 2012년 12월 4일까지 공고했는데, ‘기존법인이 동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신규법인 설립 시 기존법인의 실적을 신규법인의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이례적인 단서조항이 붙었다. 사투기금을 위탁받은 B의 설립일은 같은 해 12월 7일. 이 때문에 애초부터 B가 사투기금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B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단독으로 사투기금을 운용했다.
게다가 서울시가 당시 서울시청 ‘금고’였던 우리은행의 시정협력비 10억 원을 B의 모기업인 I에 부당 지원한 정황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자금은 B 설립을 위한 출연금으로 쓰였다. 우리은행의 시정협력비는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따라 세입예산에 편성·집행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의 몫인 10억 원이 민간재단인 B의 재산 형성에 사용됐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수탁기관은 사투기금을 좀먹고 있다. 수탁기관은 사투기금을 무이자로 넘겨받아 사회적기업에 재융자하며 이자수익 등을 얻는다. 일례로 2017년부터 올해까지 수탁기관을 맡은 A는 사회주택 건립 등 취약계층 주거 안정이 주업(主業)이다. 금융업을 전문적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일하던 인력이 포진해 있진 않지만, 사회주택 관련 이해도가 어느 단체보다 높다”며 “금융권 채권관리 시스템도 사업에 맞게 변형해 적용하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적 금융단체도 수탁기관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배경엔 부실한 심의가 자리한다. ‘사회투자기금의 설치 및 운용에 관한 조례’에는 수탁기관 자격 조건이 아예 없다. 대신 사투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수탁기관 선정을 맡기고 있는데, 위원회의 검증이 촘촘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12일 회의록을 보면 특정 수탁기관의 융자 관리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면접에서 나온 질문은 사투기금 운용 담당 인원이 몇 명인지 정도다.
애초 위원회가 수탁기관의 경쟁력을 따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탁기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금융기업은 전국 21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청 기관의 92%가 수탁기관으로 선정되는 이유다.
민간 조달 자금도 부진해 당초 재정이 아닌 기금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 의도도 무색해졌다. 민간 자금 확보가 어렵자 서울시는 시와 수탁기관 자금 매칭 비율을 2013년 각각 ‘1 대 1’에서 2017년 ‘3 대 1’, 2020년엔 ‘5 대 1’로 점차 후퇴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시 재정이 투입돼 조성한 사투기금은 1070억 원(76.6%)인데, 이에 대응해 수탁기관이 조달한 자금은 327억 원(20.7%)에 불과하다. 사투기금은 투명성조차 확보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더했다. 관련 조례는 원칙적으로 위원회 회의를 공개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정보소통광장’에 올라온 회의록은 단 4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비공개다.
그 결과 사투기금의 건전성은 흔들리고 있다. 사투기금의 기한도래 채권액 20억 원 가운데 미회수 채권액은 9억 원으로 45%에 달한다. 이는 시 평균(1.2%)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사투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수탁기관의 금융 전문성은 물론 기금 운용의 투명성이 필수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을 정치적 기반으로 삼았던 박 전 시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기금 자체의 운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박 전 서울시장의 사투기금 조성은 시민단체와 사회적기업의 생태계를 지원하려는 뜻과 더불어 정치적 고려도 분명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사투기금 운영 과정에서 시장 경쟁, 책임성, 투명성이 모두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민간 금융회사가 사회 공헌 차원에서라도 사투기금에 참여하도록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정혜·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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