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이 심상찮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7∼8월 연이어 2.6%로 최고치를 이어갔다. 하반기엔 안정될 것이라던 정부 예상과 달리 물가상승률은 5개월째 2%를 넘었다. 달걀·수박·시금치·고춧가루·돼지고기·소고기 등 농축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 2분기 국내 식품물가상승률(7.3%)은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였고, 회원국 중 3위였다. 이로 인해 외식비(2.7%)도 크게 상승했고, 공업제품도 9년3개월 만에 가장 높게(3.2%) 올랐다. 전월세 등 주거비용은 말할 것도 없다.
보복소비 등 수요 측 요인도 있지만, 공급 측 요인이 더 크다. 국제유가와 관련 제품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철강·구리·목재 등 해외 원자재 가격도 많이 올랐다. 그리고 미·중 경쟁, 코로나19 팬데믹과 폭염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전례 없는 타격을 받았다. 여기에 최근 환율 상승까지 더해 수입물가가 2008년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국내 공급 요인으로 여름 폭염과 가을장마 탓도 있다. 중국 물가도 전년 대비 9% 올랐고, 이 영향으로 미국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8년4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유로화 사용 19개국의 8월 물가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주춤해짐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소비 진작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물가만 올라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 공급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공급 중시 경제학이 주목받았다. 때마침 저렴한 중국산이 세계에 공급돼 물가를 낮추고, 인터넷 혁명 덕분에 생산성이 향상돼 스태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됐다. 고령화 현상으로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염려하는 시대가 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각국은 과감하게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1929년 대공황 당시 화폐 공급을 충분히 하지 않아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다는 역사적 경험 때문이었다. 양적완화 정책 성공으로, 이번 팬데믹 위기에서도 더 과감히 돈을 풀었다.
그런데 풀린 화폐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치만 올리고 있다. 한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경기는 회복되지 않는데,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오래 계속되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요 측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크게 오른다. 인건비 상승으로 택배비나 외식비 등 서비스 가격이 크게 오르고, 가계가 체감하는 물가상승 압력은 대단하다. 부동산 가격도 잡힐 것 같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으로의 비화를 막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밖에 없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공급 애로 요인을 해소해주고, 저금리를 유지하며 기업의 생산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밥상물가를 잡기 위한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단속 같은 반시장적인 행정지도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기업· 소상공인·농민 등 생산자들의 적극적인 생산활동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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