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고향에 못 가고 보고픈 얼굴들을 못 보는 건 슬프지만, 주말부터 이어지는 5일짜리 긴 휴식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 작은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너무 단출한 명절은 쓸쓸하니까. 이 풍경에 고운 색 하나 넣어보자. 인생을 다채롭게 할 호기. 혼자도 좋고 커플도 좋고, 온 가족이 함께 보면 더 좋은 추석 공연 ‘빅 3’를 골라봤다.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 빌리와 함께 울고 웃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지금 뉴욕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의 한국어 버전 무대, 그리고 명절 분위기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국립창극단의 ‘흥보전(展)’이 당신의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란 뜻의 공연계 은어)을 기다린다. 서두르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손수건은 필수, 소년이 되어 꿈을 좇을 시간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너무 기뻐서, 너무 아름다워서 우는 게 어떤 건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무대다. 영국 탄광촌에서 발레리노의 꿈을 좇아 런던으로 향하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그린 ‘빌리 엘리어트’. 친구, 가족, 이웃과 선생님까지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애틋한 마음과 끈끈한 우정이 녹아든 작품은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이다. 2000년 동명의 영화로 먼저 제작됐으며, 영국 로열발레단 무용수 필립 말스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뮤지컬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후 전 세계 1200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 관객과 만나는 건, 2017년 이후 4년 만이다.

‘한국의 빌리’는 10대 초반 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이 번갈아 연기한다. 이들은 마스크를 쓴 채 연습하며 코로나19와 함께 1년 3개월을 보냈다. 빌리의 꿈과 이 소년들의 꿈이 겹쳐지며 감동이 배가된다.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는 무용 교사 미세스 윌킨슨 역에는 최정원·김영주, 빌리의 꿈을 응원하는 할머니엔 박정자·홍윤희, 어려운 살림에도 아들의 꿈을 지켜주려는 아빠 역엔 조정근·최명경이 캐스팅됐다. 추석 연휴 중 20일은 공연이 없고, 21일 추석 당일엔 오후 2시와 7시 두 번 막이 오른다. 서울 영등포구 디큐브아트센터, 내년 2월 2일까지.

◇창극 ‘흥보전(展)’… 130분 내내 낄낄거리며 볼 수 있는 유쾌한 판타지

15일 개막하는 ‘흥보전(展)’에 대한 국립창극단 관계자의 한 줄 평이다. 판소리 ‘흥보가’를 동시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이 작품엔 세계적 설치미술가 최정화가 참여한다. 최정화는 영화 ‘복수는 나의 것’ 미술감독,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 미술감독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으나 창극 무대 미술은 처음이다. ‘흥보전(傳)’이 아닌 ‘흥보전(展)’을 제목으로 내세운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가로 8m, 세로 5m 크기의 LED 패널 2대는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를 재현한다. 급격한 근대화에 대한 비판을 담은 그의 작품 ‘세기의 선물’도 LED 영상에 등장해 물질 지향적인 세태와 인간의 허위의식을 풍자한다. 최정화는 “흥보전(傳)을 전시(展示)한다는 콘셉트로 공연과 전시의 경계를 과감히 무너뜨리고 싶다”며 “초현실적 영상과 다채로운 오브제로 해학 넘치는 판타지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극본·연출은 김명곤이, 작창은 안숙선 명창. 음악 감독은 국악과 현대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밴드 공명의 리더 박승원이 맡았다. 국립창극단 관계자는 “6회차 공연에 좌석의 80%가량이 매진된 상황”이라며 “3인 이상 가족 관객에겐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1일까지 공연한다.

◇뮤지컬 ‘하데스 타운’… 지금 가장 핫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서울에서

뉴욕엔 갈 수 없어도 뉴욕 뮤지컬은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유령 도시 같았던 뉴욕 브로드웨이에 지금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이 지난 7일 서울에서 라이선스 세계 초연을 시작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2019년 브로드웨이에서 탄생한 후, 같은 해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코로나 19가 닥치기 직전까지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던 뮤지컬로, 마침 셧다운이 해제된 뉴욕에서도 지난 2일 공연이 재개됐다고 한다. 이 희망의 기운을 받아, 한국 공연도 순항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조심스러운 전망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이번 한국 공연을 위해 오리지널 제작팀 대부분이 다시 한 번 뭉쳤다. 특히 이 작품으로 토니어워즈 무대디자인상을 받은 레이철 헉이 이번 공연 무대 제작을 총괄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이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 역은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이 맡았으며, 뛰어난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엑소의 시우민과 조형균, 박강현이 번갈아 연기한다. 본래 8월에 개막 예정이었던 무대는 출연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한 차례 연기됐으나, 공연 팬들이 꼽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뮤지컬 순위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내년 마곡으로 이사하는 LG아트센터의 마지막 대관 공연이다. 내년 2월 27일까지.

박동미·나윤석 기자


■ 그 밖에 볼만한 추석 공연 pick

△‘아가사’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실화를 허구로 재창작한 뮤지컬. 중독성 강한 음악이 관람 포인트.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연휴 기간은 물론 10월까지 계속된다.

△‘만선’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서민들의 삶을 그린 연극.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19일까지 공연한다. 김명수, 정경순 등 출연. 명동예술극장.

△‘조성진 앙코르 공연’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이 전국 투어 예매에 실패한 관객을 위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앙코르 공연을 연다.

△‘테너 존 노 리사이틀’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 멤버인 존 노의 국내 첫 리사이틀로 모차르트 ‘마술피리’, 비제 ‘카르멘’ 등을 들려준다.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분장실’ 남자배우 편

연극 무대 뒤편 분장실에서 배우 4인이 풀어내는 인생의 회한과 연기 열정에 대한 이야기. 배종옥과 서이숙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여자 편이 끝나고, 19일부터 남배우 4인이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대학로 자유극장.

△‘잠자는 숲속의 미녀’

유니버설발레단이 17∼18일 국립정동극장에서 선보이는 초청공연. ‘고전 발레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장면이 하이라이트다. 홍향기·손유희·강민우 등이 출연한다.
박동미
나윤석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