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문외한이 20조 원 주물럭
공공기관 노른자위 자리 독식
“한 자리라도 더” 임기 말 기승
국민 혈세 훼손, 생명·안전 위협
전문성 결여…쇄신·개혁 걸림돌
공정인사가 경제·산업 발전 척도
금융 이력이 전혀 없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20조 원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 본부장을 꿰찼다. 아직 주주총회 절차가 남아 있긴 하다. 앞서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들은 금융결제원, 한국조폐공사, 민간금융지주 등의 노른자위 자리를 싹쓸이했다. 문 정부의 낙하산 행태가 정권 말기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 기간에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340개 공공기관에 내려온 낙하산 인사가 434명에 달했다(바른미래당 발표). 2020년 10월 무렵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40개 기관에 꽂힌 낙하산 인사가 79명, 연봉으로 지급된 예산이 175억 원으로 파악됐다.
대통령 리더십을 연구한 김충남 정치학 박사는 2019년 7월 펴낸 ‘한국의 10대 리스크’에서 “심지어 원자력안전위원장에 ‘사회복지 공직자’를 앉혔다. 코레일과 자회사 임원의 35%가 문재인 대선 캠프와 민주노총 출신이었기 때문에 ‘안전제일’을 자랑해온 코레일에 사고가 빈발했다”고 지적했다.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인사,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란 비판에도 불구, 대선과 임기 말을 틈탄 낙하산 인사는 더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공공부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군상(群像)’들이 정권 말에 마지막 전리품, 먹이를 찾고 있다”며 “그들에게는 전문성은커녕 시장의 기능이나 역할, 안정, 발전은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적 인맥을 동원해 기존 조직 계통을 무시한 채 핵심 요직을 거머쥐는 낙하산 인사는 혈세로 구축된 국민 재산을 훼손하고 생명, 안전을 위협한다. 공직 사회에 책임지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상호 신뢰가 형성될 리 없다. 중하위직들에 영(令)과 기강을 요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낙하산 인사들은 공명심이 강한 반면, 대개 재무제표를 뜯어 보고 회사 성장 방안, 수익 창출을 고민하고 싶어 하지 않는 특성을 지녔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너무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모 중진 의원 비서 출신으로 A 기관 임원이 된 B 씨는 종종 이런 말을 해 주변을 실소케 했다. “난 평생 1000만 원 이상 통장에 돈이 들어 있어 본 적이 없다.” 검약(儉約)해서가 아니다. 대개의 운동권 좌파들이 그러하듯 상사의 눈치도 봐가면서 매달 월급을 받는 직장에서 성실히 근무했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직접 경제활동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3년의 임기를 온실에서 따뜻하게 보낸 그는 이미 챙겨둔 또 다른 낙하산으로 말을 갈아탔다고 한다.
낙하산 인사는 발본색원하고 멈춰야 할 국가적 고질병이다. 공공조직의 쇄신, 개혁을 저해하고 규제개혁에 동맥경화를 불러 신산업의 출현을 막는다. 산업·경제 발전의 숨어 있는 주적(主敵)이다. 규제를 풀지 못하는 무능력한 작태는 결국 작금 보이듯 부동산 주택대란, 서민 파탄 등의 후유증을 부른다. 또 다른 작은 실례. 방위산업체의 한 핵심 관계자는 최근 “국력을 좌우하는 미래 첨단산업을 다루고 있는데 조직, 회사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게 정권교체”라고 털어놨다. 그는 “매번 낙하산이 대표로 내려오고,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니 제대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그런데도 현재 여야의 모든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고 밝힌 이는 찾기 힘들다. 오히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모 후보는 이미 90명에 달하는 보은 인사를 했다고, 노조가 명단까지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생활물가는 치솟고 주택, 전세난은 심화하며 청년층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기댈 곳은 11조 원 규모의 재난지원금뿐인데 그마저 못 받게 된 이들은 편 가르기식 행정과 정치권 합의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의 패권은 고사하고 포스트 코로나 이후 생계나 찾을 수 있을지, 그야말로 심란한 형국이다. 내년 5월 이후 논공행상을 의식하며 캠프에서 온갖 몽상에 사로잡혀 있는 한, 미래는 요원하다. 실력보다 튼튼한 권력의 뒷배를 품는 게 안전하다는 심리를 허용하는 한, 청년의 박탈감을 해소하고 공정을 확립할 수 있겠는가.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 낙하산 인사를 멈추는 게 차기 정부의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돼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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