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검 부서장 수령 지정도 의문
검찰 안팎 ‘제3자 작성’ 의혹
檢 개입으로 보긴 허점투성이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차장검사)이 지난해 4월 김웅 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장이 수사기관에서 민원인에게 제공하는 고소장 양식과 상당히 흡사해 작성자를 검찰 관계자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고발장은 누군가 민원인 고소장 양식을 일부 수정해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고발장에 고소·고발이 혼용되고, 기관장이 아닌 부서장을 수령인으로 특정하는 등 현직 차장검사가 작성했다고 보기엔 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손 보호관이 지난해 4월 8일 김 의원에게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피고발인으로 지정해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장은 민원인이 사용하는 고소장 양식과 사실상 일치했다. 경찰청과 검찰청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민원인에게 고소장 양식을 제공하는데, 한글 파일로 이뤄져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
민원인 고소장과 논란의 고발장은 △성명 △주소 △직업 △전화 △이메일 등 인적사항 입력란 배열이 똑같다. 증거자료 존재 여부를 묻는 항목과 표시 방법도 동일하다. 민원인 고소장을 토대로 고발장이 작성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수정 과정에서 여권 주장대로 차장검사는 물론 검찰총장이 개입했다고 보기엔 어색한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논란의 고발장은 민원인 고소장 양식에 기재된 ‘고소’가 ‘고발’로 고쳐지거나 삭제되면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서론 부분의 ‘대리인에 의한 고소’ ‘고소대리인’이란 표현은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적시됐다. 현직 차장검사가 작성했다는 고발장에 수령인으로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귀중’이 적시된 것도 논란이다. 고발장·고소장은 경찰청·서장, 검찰총장 등 기관장의 이름을 명시하도록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귀중이란 표현은 기관을 높일 때 쓰는 말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서장이 아닌 경찰청·서장, 검찰총장 등 기관장을 적시한다”며 “만약 여권 주장대로 공공수사부에 맡기려는 의도였다면 ‘검찰총장 귀중’이라고 써도 총장 배당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의 생년월일 부분도 논란이다. 논란의 고발장엔 최 의원 생년월일이 ‘680324’로 잘못 기재됐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장이 전달됐다는 시점(4월)을 기준으로 3개월 전인 지난해 1월 최 의원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에 대한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혐의(업무방해죄)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주민등록상 생년월일인 ‘680505’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손 보호관을 비롯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면, 석 달 전 자신들이 기소한 최 의원에 대한 정확한 생년월일을 잘못 기재할 리 없다는 것이다.
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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