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포커스

女 국회의원 비율 9.9% 불과
66% “男 중심 고정관념 실감”

첫 女총리 거론 다카이치조차
‘성평등 역행·극우 행보’ 비난


“지지자가 연회 자리에서 제 가슴을 만지려 하거나 껴안았습니다. (당시) 싫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의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일본 도카이(東海) 지방의 40대 여성 의원이 유권자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며 밝힌 일화다. 주니치(中日)신문이 지난달 23일 중의원(衆議院) 선거를 앞두고 중부지방 6개 현의 여성 의원에게 ‘여성 의원의 정치 참여’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유권자가 여성 후보나 의원들을 상대로 성적 괴롭힘을 일삼는 ‘투표 괴롭힘(票ハラ·Vote harassment)’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치(愛知)현의 한 40대 여성 의원 역시 몇 년 전 첫 출마 선거 운동 때 주민들과 악수 자리에서 한 노인이 농담조로 “포옹하지 않아도 돼?”라고 추행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당시엔 ‘남편밖에 없다’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뒤 ‘사진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 성관계하고 싶다’는 유권자의 SNS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며 “나는 진지하게 의정활동을 하는데 다른 관점에서 평가받는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제의원연맹(IPU)은 일본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9.9%로 전체 회원국 가운데 166위이며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사회 활동 촉진을 위해 2025년까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후보자의 비율을 35%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교도(共同)통신이 지난 3월 전국 여성 국회의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6%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여성 의원들은 여성의 정치 참여를 막는 장벽이 무엇이냐는 물음(복수 응답)에 ‘정치는 남성의 것’이라는 고정관념(66%), 가정·육아와의 양립(61%), 성희롱(34%), 여성 차별(33%) 등이라고 답했다.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적 편견이 여성의 정치참여를 막고 있는 것이다.

‘투표 괴롭힘’ 피해 지원 단체인 ‘스탠드바이위민(Stand by Women)’ 대표인 오차노미즈(お茶の水)여대의 하마다 마리(浜田眞里) 공동연구원은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의 여성 지방의원 약 60명에게 물어보면 거의 전원이 피해를 입었으며, 연령과 관계없이 초선의원의 피해가 많다”고 밝혔다. 하마다 연구원은 “(초선의원들이) 유권자를 거절하기 어려운 점을 이용한다. 비서도 없는 지방의원은 (이런 고통을) 모두 혼자 짊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29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첫 여성 총리 대망론’을 펴고 있으나 막상 ‘여성을 위한 정치’는 안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카이치 전 총무상은 남자만 왕위를 잇게 하는 현행 일본 왕위 제도에 찬성하고, 결혼하면 여성이 사실상 남성의 성(姓)을 따르는 부부동성(同姓)제 개정에 대해서도 “부부동성제는 당당히 지켜나가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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