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9·9절) 73주년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0시부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정권수립(9·9절) 73주년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참석해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 北 정권수립 73주년 열병식

0년·5년 단위 ‘정주년’ 아닌데
대규모 행사 치르는 것은 처음
통상 두달 전부터 치밀한 준비

北매체도 무기 대신 결속 방점
시진핑·푸틴, 김정은에게 축전


북한이 정주년(0·5년 단위로 꺾이는 해)도 아닌 정권수립 73주년 기념일인 9일 열병식을 진행한 것은 경제난과 코로나19로 침체된 국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중심의 내부 결속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열병식에 전략무기가 등장하지 않은 점도 미국 등 대외를 겨냥하기보다는 민심 수습용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어준다. 김 위원장 체제 들어 11번째인 이번 열병식은 정주년이 아닌 해로는 처음으로 진행됐다.

이날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평양 미림비행장에 집결해 있던 병력과 장비를 5㎞ 떨어진 김일성 광장으로 이동시켜 열병식을 열었다. 열병식에는 노동적위대를 비롯해 북한군 병력 1만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정주년이 아닌 행사에 열병식을 거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 열병식은 두 달 전부터 준비하지만, 이번에는 준비 기간이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내부 결속을 위해 열병식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야간 비행과 축포 행사가 있었지만 군사 퍼레이드보다는 축제 분위기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열병식에는 오토바이·트랙터 등을 동원한 노동적위대 기계화종대가 참석했으며 122㎜ 다연장 로켓과 불새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도 선보였다. 하지만 비정규군이 동원된 탓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무기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김 위원장 중심의 내부 결속의 장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다.

리일환 당중앙위원회 비서는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국가의 최고존엄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령도에 따라 고귀한 투쟁으로 지켜내고 떨쳐온 공화국의 영예를 끝없이 빛내 가려는 천만 인민의 애국 열의는 하늘에 닿고 있다”며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주장했다. 리 비서는 “우리는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현 난국을 타개하고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자력갱생을 통한 위기돌파를 강조했다.

북한은 정권수립 기념일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낸 사실을 전하며 유대 관계를 강조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축전에서 “두 나라 친선협조 관계를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단계로 올려세워 두 나라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으며,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공동의 노력으로 여러 방면에서의 건설적인 쌍무대화와 협조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게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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