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생활임금보다 낮은 區 10곳
자치구별로 적용 범위 천차만별
강남은 직접고용 근로자만 지급


“같은 전통시장 매니저인데 왜 저 양반은 시급이 1만523원이고 저는 1만310원밖에 안 되나요?”

지난해 서울 A 구의 한 전통시장 매니저 근로자가 구청을 찾아 생활임금 업무 담당자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전통시장 매니저는 시장의 행정업무를 도와주고 서울시로부터 임금을 받는 일종의 공공일자리다. A 구는 서울시 지원에서 제외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자체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 매니저를 지원했다. 문제는 시와 A 구의 생활임금 수준이 달라 같은 일을 하는데도 다른 임금을 받는다는 것이다. 민원인은 A 구로부터 임금을 받아 시간당 1만310원을 적용받았고, 민원인이 언급한 ‘저 양반’은 시에 고용된 터라 1만523원을 받았다.

1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정한 2021년도 생활임금(1만702원)보다 낮게 금액을 책정한 자치구는 총 10곳이다. 가장 낮은 곳은 성동구(1만460원)로, 시보다 242원이 적다. 시와 자치구가 각자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해 임금 수준을 결정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생활임금 적용 범위도 천차만별이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21곳은 직접고용부터 출자·출연기관, 간접고용 근로자에게까지 모두 생활임금을 준다. 반면 용산·중랑·양천구는 간접고용 근로자에게는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 강남구는 직접고용 근로자에게만 생활임금을 준다. 강남구 측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임금을 공공이 개입한다는 것 자체에 우려가 있었고, 민간 확산을 견인할 유인책도 마땅치 않아 정책 도입에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구원도 생활임금을 둘러싼 지역별 격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9년 보고서에서 서울연구원은 “자치구는 서울시와 다른 자치구의 생활임금액이 얼마로 결정되는지 관심을 둔다. 이들보다 적은 금액일 경우 대내외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생활임금을 도입한 시 산하 5개 공사와 19개 출자·출연기관 사이에도 격차가 있다. 통상임금은 생활임금 이상이어야 한다는 적용기준이 있는데, 기관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수당이 천차만별이어서다. 예컨대 ‘선택적 복지비’ 수당은 서울시설공단에선 통상임금에 포함되지만, 서울에너지공사에선 제외된다. 이는 결국 통상임금에 영향을 미쳐 기관별 임금 격차를 일으킨다.

지난 2019년 시·자치구 간 생활임금 ‘통일화’ 시도가 있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자치구 사이에선 시가 지역별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높은 생활임금 수준을 독려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B 구 생활임금 업무 담당자는 “시에서 생활임금을 시 수준에 맞춰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C 구 관계자는 “구마다 재정자립도가 다른데 일관된 생활임금을 도입하면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승현·민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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