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감정 몰입때 욕먹은 게 전화위복
얼마나 소화했는지 모르지만 혼신 다해
스펙터클한 인물에 빠져 살았는데
이제 못 놀아준 딸과 시간 보내고 싶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며 시즌3까지 이어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지난 10일 마침표를 찍었다. 지독한 악행과 파격적인 전개로 ‘막장의 끝’이라 불리던 이 작품을 진두지휘하며 열연을 펼쳤던 두 배우 유진, 김소연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오윤희’로 살 거예요.”
지난 1년간 꼬박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오윤희로 살아온 배우 유진은 자신의 배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감정 진폭이 워낙 커 적잖이 마음고생을 하고,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나만큼은 오윤희를 이해하려 했다”는 유진은 “정말 스펙터클하고 흥미진진한 삶이었다. 아무리 캐릭터지만, 예상할 수 없는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산 기분”이라고 돌아봤다.
1997년 걸그룹 SES로 데뷔했지만, 2002년 드라마 ‘러빙 유’를 통해 배우로 전향한 그는 어느덧 20년 차 중견배우가 됐다. 그동안 숱한 캐릭터가 주어졌지만 오윤희보다 독한 인물은 없었다. 그 모습에서 SES 시절의 ‘요정’을 떠올리긴 쉽지 않다.
“감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인 데다 드라마 전개까지 빨라 흐름을 쫓기가 버거웠다”는 유진은 “제가 얼마나 잘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신의 힘을 쏟았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방송 초반 캐릭터 구축과정에서 욕을 먹기도 했는데 이런 반응이 오히려 ‘더 잘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진이 생각하는, 오윤희를 괴물로 만든 원동력은 ‘자격지심’이다. 초호화 주상복합건물인 헤라팰리스에 사는 아이들에게 무시당하는 딸에게 “엄마 심장 반쪽을 팔아서라도 살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장면은 오윤희라는 인물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모성애라지만, 점차 엇나가는 오윤희를 감당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유진은 “일그러진 대사였지만, 오윤희를 가장 잘 표현하는 한 줄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내재돼 있던 감정이 드러나면서 복수가 시작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너무 오윤희에 빠져 살다 보니 딸 로이가 ‘엄마는 우리 집에 안 사는 사람인 줄 알았어’라고 말했다”며 그는 “제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기간 동안 잘 지내준 두 딸과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게 해준 남편에게 고맙다. 그 덕분에 오윤희 역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연기 경력 20년이 말해주듯, 어느덧 그의 나이도 불혹에 접어들었다. 1990년대 가요 열풍이 불면서 SES 시절 그의 모습이 각종 매체를 통해 언급되곤 하지만, 유진은 과거를 곱씹기보다는 두 딸을 키우며 열심히 연기하는 대한민국의 40대 배우로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잘 걸어왔다기보단, 꾸준히 해올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유진은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주인공으로 연기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하면 부끄럽다. 그런 저를 캐스팅해주신 분들에게도 새삼 감사하다”면서 “당분간은 쉬고 싶다. 워낙 현실을 중시하는 타입이라, 일만 하고 싶지는 않다.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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