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은 1980∼1990년대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던 ‘해태왕조’의 한 축이었다.
광주제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한 이 감독은 1989년 해태(현 KIA)에 입단했다. 데뷔 첫해 15승 8패 5세이브를 거뒀고 1998년까지 10년 연속 10승과 100탈삼진을 달성했다. 이 감독은 해태 유니폼을 입고 1999년까지 132승(19세이브)을 챙겼고, 해태의 5차례(1989·1991·1993·1996∼199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 감독은 2000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했지만, 2001년 7월 말 현금 트레이드로 다시 KIA로 이적해 타이거즈 유니폼과 인연을 이었다.
이 감독과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선 전 감독은 1985년 해태에 입단해 1995년까지 146승, 132세이브, 평균자책점 1.20을 남긴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투수. 선 전 감독은 이 감독의 광주제일고 4년 선배다. 1989년 이 감독이 해태에 입단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고, 1995년까지 줄곧 룸메이트로 지냈다. 선 전 감독이 ‘방장’, 이 감독은 ‘방졸’이었다.
‘국보급 투수’로 불린 선 전 감독과 한국의 대표 잠수함 투수인 이 감독은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그리고 다승과 삼진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었다.
둘은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선 전 감독은 올해 2월 부산 기장에서 열린 KT 1차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후배 이 감독의 “선 감독과 함께 훈련할 기회가 주어지면 (선수들이) 무척 좋아할 것”이라는 요청에 선 전 감독이 화답했다. 선 전 감독의 ‘훈수’는 빛을 발하고 있다. KT는 올해 팀 평균자책점 2위(3.88)를 달리고 있다.
해태 전성기를 이끈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이 감독이 가장 존경하는 스승. 이 감독과 김 전 회장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해태에서 사제지간으로 한솥밥을 먹었다. 김 전 회장에게 이 감독은 선 전 감독과 함께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였다.
김 전 회장은 지난 8월 25일 열린 이 감독의 사령탑 통산 200승 달성 기념식 영상에 깜짝 등장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 (이)강철이 200승을 축하하러 왔다”라며 직접 수원을 찾았다. 김 전 회장은 행사 당일 직접 방문할 수 있었지만, 이 감독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에서 영상 인사로 대신했다. 김 전 회장은 “우리 강철이가 좋은 선수였는데, 좋은 감독이 됐다. 나를 뛰어넘는 감독이 되길 바란다. 한국시리즈에서 나보다 더 많은 승수를 쌓고, 올 시즌 우승하길 응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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