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륵된 사회적경제 기업 - ② 서울시 예산 방만 운영 실태
일부 기업가는 본분 망각하고
특정 정치세력 지지 등 논란도
비영리 시민단체 친여성향 대표
박원순 시절 위원으로 활동하며
1억7700만원 상당의 사업 수행
각종 지원금·혜택 받기 위해서
서류 거짓 작성 등 꼼수도 난무
사회적기업 589곳 점검해보니
154곳서 270건 인증요건 위반
‘사회적경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서울시의 관련 예산이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일부 사회적기업의 ‘예산 나눠 먹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사회적경제 기관 관계자들이 서울시 임명직을 맡은 상태에서 각종 보조금을 받는 한편, 재정부실 기업이 수차례 사업수행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방만한 운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14일 국민의힘 소속 여명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비영리 시민단체인 A 기관은 대표인 B 씨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명예부시장과 시 산하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서울시로부터 총 1억7700여만 원 상당의 용역계약 및 보조금 사업을 수행했다. A 기관의 일부 기능이 분리돼 설립된 C 협동조합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관련 용역계약을 맺고 1940만 원을 받았다. 대표자가 서울시의 각종 직함을 받은 상태에서 사실상 친정 단체가 시의 각종 사업 및 용역기관으로 선정되는 혜택을 받아온 셈이다.
A 기관 및 C 협동조합 창립멤버로 참여한 B 씨는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며,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B 씨는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 보수 정당 후보자 낙선운동도 주도한 바 있다. A 기관과 C 협동조합은 박 전 시장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서울시 빈집사업, 사회주택사업 등의 보조금 및 융자지원을 받는 한편,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건비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 의원은 “친(親)박원순계로 활동하며 각종 선거에서 상대 당 낙선운동에 참여한 인사와 그가 대표로 있는 단체가 서울시에서 다양한 직책을 갖고 서울시 용역을 수행하고 뉴딜 일자리로 지원받는 것은 불공정한 행태”라며 “어떤 비영리민간단체(NPO)가 서울시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끊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직책에 있으면서 다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어렵고 절차나 규정에 따르면서 있었던 일”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은 2011년 취임 이후 서울시 역점사업으로 도시재생사업·사회주택·마을공동체사업 등을 추진하며 시민단체와 협동조합 등 각종 사회적경제 기업·단체와 계약을 맺고 이들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위탁사업을 맡겨왔다. 그러나 사업 참여자이자 수혜자인 사회적경제 기업·단체들의 성적표는 정작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예비 사회적기업 381개 중 2년간의 예비기간을 거쳐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사회적기업은 73개로 인증률이 19.2%에 불과했다. 2019년 예비 사회적기업 127개 중 올해 인증을 받아 살아남은 기업은 4개(3.1%)뿐이었으며, 2018년 60개 예비 사회적기업 중에는 단 6개만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아 인증률이 10% 수준에 머물렀다. 민간연구소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시 사회적경제 조직 전체의 최근 8년간 연평균 증감률은 25.2%로 매해 급증하고 있으나 사회적기업 1곳당 고용은 2011년 16.6명에서 2019년 5.6명으로 3분의 1수준으로 영세해졌다. 2012∼2019년까지 사회적기업 1개당 연평균 매출액 증감률 또한 -3%에 불과했다.
박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산하겠다는 명분으로 사회적경제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각종 혜택 및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부 기업 사이에서 꼼수와 편법도 난립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있는 한 사회적기업은 2019년 11월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이 취소됐으나 계속해서 사회적기업이라는 명칭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더 이상 사회적기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회적기업인 것처럼 홍보해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회적기업은 지난 2017년 운영실적·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 참여 내용 등을 적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사업보고서에 민주적 의사결정구조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했다고 거짓 작성하고, 근로자대표 선임 증빙자료인 근로자대표 선출회의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36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점검이 이뤄진 사회적기업 589개 중 154개 기업에서 총 270건의 사회적기업 인증요건 위반이 적발됐다. 이를 비롯해 △2019년 1060개 기업 점검 결과 507건 △2018년 1195개 기업 점검 결과 534건 △2017년 909개 기업 점검 결과 202건이 적발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8개 기업만 가장 높은 수위인 경고조치를 받았을 뿐 215개 기업은 주의·시정지시·현지지도 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2019년과 2018년에도 경고조치를 받은 기업은 각각 97개, 136개에 불과했다. 권 의원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행지침, 지원약정 등을 위반한 사회적기업에 대해 단순히 약정을 해지하고 지원을 중단하는 소극적 대응보다는 강력한 책임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서울시가 사실상 ‘떠먹여 주는’ 사회적경제 생태계가 조성되면서 일부 기업가가 사회적경제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사회적경제는 국가 및 시장과는 별개인 시민들의 연대조직으로서 시민들의 이해관계에서 국가와 정책을 비판해야 하지만 사회적경제가 특정 정파의 편에 설 경우 정부 비판 이전에 자기검열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전국 사회적경제인 1000여 명은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질적 도약, 적극적인 분배 정의 실현 등을 함께할 동반자로서 응원하고 연대하겠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에 의존하게 되면 자생성을 잃고 국가를 비판하는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정부 예산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자원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년간 방만하게 운영됐던 일부 민간 보조·위탁사업을 대수술하겠다고 선언했다. 오 시장은 13일 “지난 10년 동안 민간 보조금·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며 “집행 내용을 일부 점검해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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