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수사 자제’ 기조 깨고
수사기관 ‘윤석열 털이’ 총동원
檢안팎 “인권침해 요소 더 커져”
박범계 “진상규명 위해 불가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의 여당 인사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대검찰청에 이어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까지 수사에 나서면서 동시다발적 선거개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불과 5개월여 남은 시점에 공수처와 검찰 간 중복 수사 및 경쟁 수사에 나선 상황을 놓고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털이’를 위해 친정권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수사기관들이 총동원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관련 의혹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까지 수사에 나서면 야당 유력 후보를 겨냥한 유례없는 ‘포(Four) 트랙’ 수사·조사가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수사기관들이 선거 중립 차원에서 대선주자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던 기조가 문재인 정부에서 완전히 깨지는 모양새다.
16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관련 사건을 대검찰청으로부터 배당받았다. 앞서 진상 조사에 나섰던 대검 감찰부는 그대로 업무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공수처·검찰에 이어 경찰도 수사 착수에 나설 태세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 전 총장 등이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입건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여러 수사기관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수사에 나서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다중 수사’에 대해 “수사기관 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신속히 진상 규명을 하는 건 필요한 일이기에 중복·혼선 여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선을 약 5개월 앞둔 상황에서 다중 수사가 야권 유력 대선후보의 향후 행보와 대선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전직 한 차장검사는 “현 정부가 인권 보호를 내세워 검찰개혁을 단행했는데, 거꾸로 수사기관 난립으로 피의자 인권 침해 요소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에 개입됐다는 물증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만, 대선과 맞물려 수사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수사 체제로 전환한 검찰은 야당에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대구고검 인권보호관) 검사가 근무했던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과 당시 함께 근무했던 검사 및 수사관들을 상대로 강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사권이 없는 대검 감찰부가 손 검사에게 판결문 등을 건넨 인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중앙지검이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수처는 손 검사의 현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대검을 상대로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제보자 조성은 씨를 불러 조사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조 씨에 대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야당이 제기한 ‘제보 사주 의혹’도 함께 수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이 수사기관 전반에 포진한 점도 향후 대선 정국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번 수사를 총괄하는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친정권 검사 중 한 명이다. 고발 사주 사건을 맡은 최창민 공공수사1부장 역시 아내가 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완·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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