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앞두고 ‘물가 고공행진’ 전통시장 가보니…
시장서 구매비용 30만원 육박
aT 추산 가격보다 16% 높아
재난지원금, 물가상승 부추겨
“올해 고깃국은 호주산 올려야”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전통시장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명절 차례상 준비에 나선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제5차 긴급재난지원금)이 풀려 한우 등 선호 품목의 시장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보였다.
15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오른 농식품 가격에 부담을 호소하는 주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주부 김모(65) 씨는 “나물거리, 송편, 과일 몇 개 담으니 예상했던 비용을 초과했다”며 “한우는 꿈도 못 꾸고 호주산 소고기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양모(44) 씨도 “홍동백서를 갖추기는커녕, 차례상에 올릴 음식 몇 개만 장바구니에 담아도 재난지원금 25만 원이 넘는다”고 불평했다.
실제 취재진이 제수를 구입해보니, 사과(4000원)·배(5000원)·단감(5000원, 이상 개당 가격) 등 과일 3종 각각 5개와 한우 1㎏(양지머리 국거리용, 100g 5000원)만 사도 1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이 같은 품목을 포함, 올해 전통시장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25만4296원으로 추산했지만, 실제 현장 가격은 29만6500원으로 16.0%가량 높게 형성돼 있었다. 지난해 24만4000원(aT 추산 비용)과 비교해선 17.3%가 상승해 명절 제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같은 품목 가격을 조사해보니 32만2988원이 들어 전통시장 구매와 큰 차이가 없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소비자 62%가 추석용 농식품 구매에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날 광장시장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도 재난지원금을 사용했지만, 눈에 띄게 오른 가격에 구매를 망설이거나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여·40) 씨는 “재난지원금이 있어 마음 편하게 시장에 왔는데, 제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며 “다른 전통시장 몇 군데 더 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한 시민 불평도 쏟아졌다. 직장인 장모(37) 씨는 “건강보험료 몇천 원 더 냈다고 재난지원금을 한 푼도 못 받았다”며 “옆에 사람은 재난지원금으로 장 보고, 나는 월급으로 장 본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토로했다.
시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이 되레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광장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한우 가격이 이전보다 최대 10% 안팎으로 뛰었다”며 “대목이라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오르는데, 국민 대부분이 재난지원금을 받아 구매력도 높아지다 보니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인들이 가격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전을 파는 박모(70) 씨는 “여러 재료를 넣어 만드는 꼬치의 경우 예전에는 1만 원에 20개였지만, 지금은 16개만 담아낸다”며 “고기, 채소 가격이 오르니 완제품 가격도 10∼20% 정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성훈·최지영·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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