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서 5번째 대규모 불법집회
경찰 대응은 해산 명령 방송뿐
시민 “무기력한 공권력 한심하다”
정의당도 가세… 직고용 촉구


권도경·최지영·당진=김창희 기자

“8·15 광화문 시위에 이어 자영업자 차량 시위마저 원천봉쇄하던 서슬 퍼렇던 공권력은 어디 갔는지….”

16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은 “법 위에 군림하며 공공의 안녕을 위협하는 무소불위 집단 앞에서 무기력하기만 한 공권력 모습이 한심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충남 당진 공장 통제센터를 25일째 불법 점거한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날 불법 집회를 강행한 노조 지도부는 “우리는 폭탄이다. 폭탄은 살살 만져야 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정의당 충남도당은 이날 오후 당진제철소 C지구 정문 앞에서 연설회를 열고 현대제철에 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2600여 명은 현대제철 자회사 입사를 거부하고 본사 직접고용을 주장하면서 무기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뚜렷한 해결책 없이 불법 점거 사태가 길어지자 정치권까지 나서 민간기업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비정규직지회는 17일 오후에도 당진제철소 일대에서 수백여 명이 참여하는 6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적용 중인 당진시에서는 50인 미만 집회만 허용된다. 600∼700명이 참여한 지난 15일 5차 집회에서는 울산, 광주,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 온 노조원 200명까지 가세해 ‘쪼개기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은 민간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한 첫 사례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강경 모드로 일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달 초 ‘현대제철 ITC’ 등 자회사 3곳을 출범시키고 협력업체 비정규직의 약 65%인 4500명을 직접 고용했다. 자회사 설립은 고용노동부가 인정한 정규직 전환 방식 중 하나다. 민주노총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또 다른 형태의 간접 고용에 불과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면서도 대규모 불법 집회를 5차례 열었지만 별다른 통제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은 집회·점거를 주도한 노조 집행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시민들 사이에서는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력이나 재물 손괴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쟁의 행위에 개입하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도경
최지영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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