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베이징동계올림픽 참가 금지 결정을 내렸음에도 문재인 대통령 머릿속엔 ‘베이징 남북 이벤트’밖에 없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 번의 전기가 되기 바란다”며 ‘어게인 평창’을 강조했다. 그러자 왕 부장은 “남북관계 개선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왕 부장이 어떻게든 남북회담 쇼라도 만들어보자는 데 서로 맞장구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문 정부는 왕 부장의 미국 비판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조사와 관련,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정치화·도구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했고, 정의용 장관도 “정치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내용은 한국 발표에선 빠졌다. 왕 부장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고, 정 장관은 인도적 지원을 강조했다.

베이징올림픽은 내년 2월 4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된다. 그 직전은 5일 간의 설 연휴다. 대통령 선거가 3월 9일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다. 정권 차원에서는 어떻게든 또 코로나 위로금을 뿌리거나, 남북 정상회담 이벤트라도 열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 장관 등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모든 외교·안보 정책의 초점이 남북 쇼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중국 역할이 아쉽기 때문에 반미에 더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닌가.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탄압과 홍콩 사태를 들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주장까지 구체적으로 나온다. 문 정부 행태는 정파적 이익 때문에 동맹을 배신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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