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4월에 자료 제공했는데
대주주 473억 차입 확인안해

유력 대선주자 연루된 사건을
7명뿐인 일선서 지능팀에 맡겨
경찰 안팎에서도 비판 이어져


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자산관리의 수상한 자금 흐름 내역이 담긴 금융자료를 받고서도 법인 및 대표에 대한 계좌 추적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범죄 내사 단계에서 계좌·통신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인데, 경찰이 기본적 조치조차 취하지 않아 진상 규명 의지가 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지방청 산하 수사본부가 아닌 일선서 지능팀에 사건을 맡겨 사실상 ‘수사 뭉개기’라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화천대유 법인 계좌 및 임원 계좌 등에 대한 계좌 추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FIU 통보 이후 5개월여의 내사 과정에서 계좌 내역 확인을 위한 기초적인 영장 신청이나 이 대표 은행 계좌 및 법인 계좌에 대한 임의제출 요구를 하지 않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좌 내역을 확인할 만한 수사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전형적인 ‘뭉개기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월 FIU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이 적시된 금융 자료를 경찰청에 보냈다. 특히 대주주 김만배 씨는 화천대유로부터 473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상태다. 또 화천대유 계좌에서 현금 수십 억 원이 인출된 정황도 포착됐다. 경찰청은 관련 내용을 서울지방경찰청에 내려보냈고, 서울경찰청은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연루된 사건임에도 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를 놔두고,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선 서에 수사를 맡긴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명백하게 수사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특히 문화일보 취재 결과 경찰은 화천대유 특혜시비는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용산서 관계자는 “특혜시비와 관련 없는 부분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이 같은 행보는 결국 ‘화천대유 수상한 자금 흐름 확인→정치권 등 제3자에게 자금 도달 여부→이 지사 및 측근 관련성 확인’식으로 수사를 확장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인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용산경찰서 지능팀에는 7명의 수사관만 있다. 서울경찰청은 23일에야 용산서에 자금 추적 인력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수사를 맡고 실체적 진실 규명의 수사 의지가 있을 경우, 이 같은 사안이라면 특수부에 배당되고, 특수통 전문 검사와 금융계좌 추적 전문 수사관이 달라붙어 전모를 파헤치게 된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