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처음 만난 건 2017년 8월, 22살 때였습니다. 친구와 3박 4일 부산을 여행하면서 이곳저곳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하루는 서면 지역 술집을 찾았어요.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저희 테이블에 웬 남자가 앉아 있었어요. 저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가 화장실 간 틈을 타 합석했다고 하네요. 술을 좀 마신 상태라 첫인상이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자연스럽게 걷어 올린 흰색 셔츠의 소매 깃과 포근한 향수 냄새가 떠오르긴 합니다.
그날 밤 내내 친구와 저, 남편, 남편 친구들은 한 테이블에서 어울려 놀았어요. 헤어지기 전에 남편과 전화 번호를 교환했습니다. 이후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긴 했는데, 서서히 연락이 뜸해졌고 3년이 지났습니다.
남편에게서 “부산 안 와?”라는 뜬금없는 메시지가 온 게 지난해 7월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연락을 이어가던 중, 남편이 제가 살던 수원시로 만나러 오겠다고 했어요.
다시 만난 남편은 3년 전 술집에서와 같은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저와 눈도 못 마주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 역시 첫 만남을 연상시켰어요. 며칠을 놀다가 수원 근교 계곡에 있는 펜션으로 놀러 가서 바비큐를 해먹었어요. 고기를 구워 제 앞에 놔주는 모습이 정말 다정했어요. 며칠 내내 같이 잤는데 제 털끝 하나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남편에게 푹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후 연인이 된 저희에게 가장 큰 난관은 ‘장거리’였어요. 늘 볼 수가 없으니 한 번 만나면 일주일을 붙어 있었죠.
헤어지는 날 헤어지기 싫어 기차 시간을 미루다가 결국 며칠 뒤에 돌아가는 일도 많았어요. 지나고 보니 그때가 가장 설레는 시절이었어요.
지난 4월 3일 결혼했고요. 얼마 전엔 소중한 아기도 태어났어요. 아이를 위해 하나둘씩 포기하게 되면서도, 너무 행복해요.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봅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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