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었어도 이렇게 전승된 ‘끼’는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누비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생 반짇고리와 함께해 온 장영란, 그의 양손이 화포의 앞과 뒤로 현란하게 움직인다. 2차원에 머문 장식적 화면에서 벗어나 동시대 미의식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무극의 영감과 역동적 에너지가 화면에 충만하다. 사시사철 변신하는 자연의 풍광도 풍광이지만, 그 내재적 기운의 표현을 중시한다. 여기엔 자수만의 물성과 기법이 한몫한다. 염료 페인팅을 배경으로 한 땀 한 땀, 올올이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다. 현대자수의 드높은 비상이 예감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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