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란, 자연의 숨결, 100×100㎝, 목양공예상 수상작, 2018
장영란, 자연의 숨결, 100×100㎝, 목양공예상 수상작, 2018
‘아이는 글을 읽고 나는 수를 놓고…’. 이영도의 시조 ‘단란’에서 노래하듯, 자수는 규방에서 비롯되는 고품격의 표현이요, 생산이며 교육이며 위안이었다. 삶이 고단하고 가진 게 없어도 반짇고리와 함께하는 일상은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그렇게 전승되고 축적된 솜씨나 감각, ‘끼’가 아니었으면 오늘의 ‘한류’라는 꽃이 만개할 수 있었을까.

세상은 바뀌었어도 이렇게 전승된 ‘끼’는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다. 붓 대신 실과 바늘로 캔버스를 누비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생 반짇고리와 함께해 온 장영란, 그의 양손이 화포의 앞과 뒤로 현란하게 움직인다. 2차원에 머문 장식적 화면에서 벗어나 동시대 미의식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무극의 영감과 역동적 에너지가 화면에 충만하다. 사시사철 변신하는 자연의 풍광도 풍광이지만, 그 내재적 기운의 표현을 중시한다. 여기엔 자수만의 물성과 기법이 한몫한다. 염료 페인팅을 배경으로 한 땀 한 땀, 올올이 자연의 숨결이 살아 있다. 현대자수의 드높은 비상이 예감된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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