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베테랑 배우의 10월 특별한 무대

반세기 넘게 연극을 해 온 이에겐, 극장이 집보다 편할 것 같다. 생에 대한 열정도, 삶이 주는 비애도 모두 무대 위에 쏟아내며 살아왔으니까. 문득 돌아보니 지나온 날보다 남은 날이 짧다. 이런 때 배우는 뭘 하면 좋을까. 아니, 어떤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그리고 인생은 무엇이었으며, 배우는 어떤 존재일까. 올해로 데뷔 65주년, 그리고 곧 50주년을 맞는 관록의 두 배우. 이순재(86)와 윤석화(65)가 오는 10월 특별한 무대에 선다. 스스로 던진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 던져지는 질문들에 응답하기 위해. 이순재가 예술감독과 주연으로 참여한 ‘리어왕’과, 윤석화가 자신의 대표작들을 새롭게 해석한 ‘자화상 Ⅰ’. 두 배우의 얼굴엔 세월이 내려앉았으나, ‘인생극장’은 계속된다. 두 작품의 관람 포인트를 살펴본다.

◇대배우 이순재의 버킷리스트…“이제야 리어왕 이해할 나이가 됐다. 필생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임할 예정”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최고의 비극, 위대한 비극 작품으로도 일컬어지는 연극 ‘리어왕’(오른쪽 포스터)은 그동안 축약되거나 재해석되면서 원전에 가까운 풀 버전을 만날 기회가 드물었다. 이번 무대의 예술감독을 맡을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는 이순재는 28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여러 ‘리어왕’이 있었다. 그런데 짧은 버전에선 중요한 대사가 많이 잘리더라. 그걸 진정한 셰익스피어라 할 수 있을까”라며 “되도록 원전 그대로, 원형 그대로 선보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리어왕’은 3시간 20분에 달할 예정. 그는 이 긴 무대를, 약 3주간 매일 홀로 감당할 예정이다. 다른 연극들처럼 더블·트리플 캐스트로 주연을 여럿 두지 않았기 때문. “조금 만용일 수 있겠네요. 그만큼 욕심이 나요. 필생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어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감정의 집약체인 리어왕. 삶의 희로애락을 무대 위와 아래에서 온몸으로 감각해 온 65년 경력의 배우. 대문호 셰익스피어와 대배우 이순재의 만남 그 자체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이지만, ‘이순재의 리어왕’엔 주목해서 봐야 할 요소들이 더 있다. 우선, 국내 손꼽히는 셰익스피어 전문가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뉴 오리지널’의 탄생이 기대된다.

권력의 정점에 선 리어왕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존재들인 세 딸 역에 캐스팅된 배우들도 흥미롭다. 첫째 딸 ‘고너릴’은 소유진이 연기하며, 서울대 극예술 동문 주축으로 설립된 관악극회에서 활동하는 아나운서 출신 배우 오정연이 둘째 딸 ‘리건’을, 셋째 딸 ‘코딜리아’와 광대를 오가는 1인 2역엔 이연희가 발탁됐다. TV 스타들의 새로운 도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10월 30일~11월 21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돌아봐야 할 삶은 결국 무대 위에…윤석화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연극의 산실, 산울림 소극장은 배우 윤석화에게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 인연은 1988년 ‘하나를 위한 이중주’(왼쪽 작은사진)로 시작됐고, 2004년 ‘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까지, 그는 ‘산울림의 황금기’를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돌아보니, 온통 ‘무대’뿐. ‘자화상 Ⅰ’이라 이름 붙인 이번 아카이브 공연에서는 앞의 두 작품을 포함해 임영웅 연출과의 첫 작업인 ‘목소리’ 등 산울림에서 출연한 대표작들을 재구성해 선보인다. 작품들의 하이라이트뿐만 아니라 노래와 안무 등을, 연출을 맡은 윤석화 본인이 자유롭게 재해석해 풀어낼 예정이다. 과거와 현재를 담은 영상, 그의 팬이자 오랜 친구인 예술가 조덕현이 그린 ‘윤석화 오마주’ 3면화도 만날 수 있다. 1930년대 할리우드 스타일을 차용한 첫 번째 그림 ‘딸에게 보내는 편지’가 공개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자화상 Ⅰ’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의 30대 ‘윤석화’를 만나는 시간이다. ‘하나를 위한 이중주’는 톰 켐핀스키의 원작을 당시 윤석화가 직접 번역했으며, 장 콕토의 1인극 ‘목소리’는 새로운 도전이 됐던 작품이다. 또,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90분 동안 진행되는 무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스타로 부상한 배우 윤석화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전설적인 공연으로 남아 있다. 이번 공연은 ‘자화상 Ⅱ’ ‘자화상 Ⅲ’로 이어진다. 공연 기간엔 52년 산울림의 역사를 담은 아카이빙 전시도 함께 선보인다. 공연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산울림의 ‘여성 연극’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10월 20일부터 11월 21일까지, 마포구 산울림 소극장.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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