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포커스 - 자민당 총재 결선투표 ‘막전막후’
‘밀실 정치’ ‘짬짜미 정치’ ‘일본 정치의 그늘’….
일본 ‘파벌 정치’의 벽은 아직 높았다. 29일 열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을 제치고 지지도 2위였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총재가 승리한 것은 전형적인 파벌 정치, 밀실 합의의 영향이 컸다.
29일 고노 행정상과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해 압승한 기시다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표를 모두 흡수해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志公會)파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 전날인 28일 밤 기시다 총재 측과 다카이치 전 총무상 측이 회담 끝에 결선투표에 진출한 이를 서로 밀어주기로 합의한 결과다.
물론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사실상 파벌 수장들 간의 짬짜미로 추대됐던 1년 전보다는 낫다는 분석도 있다. 각 의원이 자율 투표를 하기로 했고 4명의 후보도 나름 각축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아베 전 총리와 그의 파벌의 힘은 여전히 셌다. 내년 호소다파 파벌 수장으로의 복귀를 노리는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전폭 지지했는데, 결국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표가 기시다 총재에게 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지하는 고노 행정상의 당선을 저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 아베 전 총리는 주변에도 “고노가 총재가 되면 되겠나” “고노가 총리가 되면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다” 등의 발언도 수차례 해왔다고 닛칸겐다이 등은 전했다. 이는 일본 정치계에서 ‘이단아’ ‘괴짜’ 등으로 불리는 고노 행정상에 대한 자민당 원로들의 “너무 튄다”는 부정적 인식을 더욱 부추겼다. 동시에 아베 전 총리는 고노 행정상이 총리가 될 경우 모리토모(森友) 학원 스캔들과 ‘벚꽃을 보는 모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자신의 재임 시절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주장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도 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뒷방’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파벌 간의 합종연횡 속 1억2000만 일본 국민의 뜻은 얼마나 반영됐을까. 아무리 의원내각제라 해도 1억 명이 넘는 인구 중 400명이 채 안 되는 자민당 의원, 그중에서도 몇몇 파벌을 이끄는 극소수 정치인이 한 국가의 모든 국민을 대표할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파벌정치는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비판의 대상에 오르게 됐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밀실 정치’ ‘짬짜미 정치’ ‘일본 정치의 그늘’….
일본 ‘파벌 정치’의 벽은 아직 높았다. 29일 열린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을 제치고 지지도 2위였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신임 총재가 승리한 것은 전형적인 파벌 정치, 밀실 합의의 영향이 컸다.
29일 고노 행정상과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해 압승한 기시다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의 표를 모두 흡수해 아베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호소다(細田)파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끄는 아소(志公會)파의 지지를 받았다. 선거 전날인 28일 밤 기시다 총재 측과 다카이치 전 총무상 측이 회담 끝에 결선투표에 진출한 이를 서로 밀어주기로 합의한 결과다.
물론 아베 전 총리가 퇴임하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사실상 파벌 수장들 간의 짬짜미로 추대됐던 1년 전보다는 낫다는 분석도 있다. 각 의원이 자율 투표를 하기로 했고 4명의 후보도 나름 각축전을 벌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아베 전 총리와 그의 파벌의 힘은 여전히 셌다. 내년 호소다파 파벌 수장으로의 복귀를 노리는 아베 전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다카이치 전 총무상을 전폭 지지했는데, 결국 다카이치 전 총무상의 표가 기시다 총재에게 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는 아베 전 총리가 정적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지지하는 고노 행정상의 당선을 저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 아베 전 총리는 주변에도 “고노가 총재가 되면 되겠나” “고노가 총리가 되면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다” 등의 발언도 수차례 해왔다고 닛칸겐다이 등은 전했다. 이는 일본 정치계에서 ‘이단아’ ‘괴짜’ 등으로 불리는 고노 행정상에 대한 자민당 원로들의 “너무 튄다”는 부정적 인식을 더욱 부추겼다. 동시에 아베 전 총리는 고노 행정상이 총리가 될 경우 모리토모(森友) 학원 스캔들과 ‘벚꽃을 보는 모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 자신의 재임 시절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주장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힘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정치적 셈법도 한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뒷방’으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파벌 간의 합종연횡 속 1억2000만 일본 국민의 뜻은 얼마나 반영됐을까. 아무리 의원내각제라 해도 1억 명이 넘는 인구 중 400명이 채 안 되는 자민당 의원, 그중에서도 몇몇 파벌을 이끄는 극소수 정치인이 한 국가의 모든 국민을 대표할 최고 권력자를 선출하는 파벌정치는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비판의 대상에 오르게 됐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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