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석기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
수소차 1회 충전에 600㎞ 운행
장거리주행 전기차보다 효율적
2025년쯤 본격 상용화 전망
‘폭탄급 폭발’ 가능성 거의 없어
최소 LPG충전소급 안전 보장
수소연료전지 활용 파워플랜트
태양광·풍력 보조전원으로 이용
탄소 줄이고 수소 늘려가는 중
인류문명 결국 수소사회로 갈 것
인터뷰 = 김병채 기자
“인류의 역사는 C(탄소)를 줄이고 H(수소)를 늘려가는 과정이었다. 결국 수소가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
엄석기(51) 한양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학계에서 수소자동차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기계공학부 전공으로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분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약 3년간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론과 실무를 모두 경험해 본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전문가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수소경제활성화법 입법에도 나서는 등 수소경제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H₂ 비즈니스 서밋’에도 참석해 발표를 했다. “사실 전문가라 할 수 없는데 학계와 업계에서 모두 일한 경험 때문에 많이 불려 다녔다”며 겸손해하는 그를 2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미래의 자동차로 수소차와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의 장단점을 비교하면 어떻게 되나.
“전기차는 350㎞ 이내에서 움직일 때 수소차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하게 되면 수소차가 더 효율적이다. 전기차는 멀리 가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면 차가 무거워져서 연비가 떨어진다. 수소차는 멀리 가기 위해 엔진을 더 키울 필요가 없다.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해서 엔진이 발전해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래서 버스같이 큰 차량부터 수소차로 활용하게 된다. 승용차는 고가 제품부터 수소 엔진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용 문제 때문이다.”
―현재 수소차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인가.
“현재 나와 있는 현대자동차의 넥쏘도 훌륭한 수소차다. 하지만 역시 가격 메리트가 떨어진다. 그리고 충전소가 가장 큰 문제다. 충전소 보급이 생각보다 더디다. 충전소 하나에 약 30억 원이 든다. 연 10만 대는 팔려야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현재는 1만 대 수준도 안 된다. 손익을 맞추려면 10년 정도는 예상하고 투자해야 한다. 아직 민간이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또 하나 관건은 내구성이다. 현재 현대차 내연기관의 내구성을 주행거리 16만㎞ 정도로 본다. 수소차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수리도 복잡하고 불편한 면이 있다.”
실제 현대차의 대표 수소차인 넥쏘의 가격은 7000만 원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의 전기차 모델에 비해 2배가량으로 비싸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심 차게 수소차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기대만큼 시장 확장이 되지 않았다. 아직도 수소 하면 폭탄을 떠올리는 선입견 등도 수소경제의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차가 현재의 전기차 정도로 시장에 풀리는 시기는 언제로 예상하나.
“토요타자동차의 수소차인 미라이가 이번에 두 번째 버전을 공개했다. 한국에서도 넥쏘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2023년쯤에는 나올 것으로 보인다. 2025년쯤 되면 더 대중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소차를 상용화하기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는데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충전소 설치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충전소 설치 상황 등을 고려하면 2025년 정도에 본격적으로 수소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한 번 충전으로 고속도로 기준 1000㎞, 일반도로에서 600㎞ 정도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내연기관 수준의 효율성은 생길 수 있다.”
―충전소 설치가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소라면 아직 폭탄을 떠올리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꾸 충전소 위치가 외곽으로 밀려나게 된다. 우선 버스 차고지, 택시 차고지 등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올해 수소 충전소 설치 목표가 180개인데 6월까지 97개만 설치됐다.”
―수소 충전소의 안전에는 정말 문제가 없나.
“공학적으로 수소 충전소에서 폭탄급의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수소폭탄이 되려면 원자폭탄급의 TNT가 먼저 터져서 온도와 압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수소 융합을 통해 폭발이 일어나는 건데 융합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람의 실수로 문제가 생길 수는 있는데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최소한 LPG충전소급의 안전은 보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걸 아무리 설명해도 잘 되지 않더라. 한 번 인식이 박혀 버리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국회에 수소 충전소를 설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 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수소경제라고 하면 곧바로 수소차를 생각하게 되지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이른바 수소동맹 또는 수소어벤저스라고 불리는 국내 대기업들이 이번에 H₂비즈니스 서밋에 대거 참석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수소경제라고 하면 자동차가 떠오른다. 자동차가 수소경제의 전부는 아닐 텐데.
“그게 우리나라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유럽의 경우, 인프라가 먼저 구축됐다. 에너지 회사들을 중심으로 충전소 인프라는 잘 돼 있다. 우리는 차부터 먼저 개발하고 민간이 끌고 갔다. 유럽은 인프라 구축은 우리보다 잘 돼 있는데 차량 기술이 따라오지 못했다.”
―자동차 외에 수소는 어떻게 활용되나.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지금은 발전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파워플랜트는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할 수 없는 장소와 시간하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기 등이 사용된다. 수소를 주 발전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모순이다. 햇빛이나 바람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수소를 저장했다가 보조 전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직접 발전의 연료로 사용되기보다는 자동차 발전원 등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는 뜻 같은데.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탈것에는 다 사용할 수 있다. 철도는 물론이고,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기계, 비행기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모빌리티에서 수소의 강점이 있다. 우리는 그래서 수소차가 아니라 수소모빌리티를 수소경제의 미래라고 한다.”
―현대차 외에 다른 기업들의 수소경제는 어느 수준에 와 있나.
“기본적으로 수소차를 만드는 데는 많은 협력 업체가 필요하다. 기존 화학 회사들은 수소 탱크를 만들고 있다. LPG 사업을 했던 정유 회사들은 수소로의 전환이 용이하다. 앞서 말했듯이 발전 보조 수단으로 수소를 활용한 플랜트 사업 등이 가능하다.”
―수소경제의 미래는 낙관적인가.
“인류가 쓴 에너지는 C(탄소)와 H(수소)의 화합물이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C는 줄어들고 H는 늘어나고 있다. 인류 문명은 결국 수소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수소를 추출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지금 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에너지를 사용한다. 천연가스 등에 열에너지를 가해 수소를 추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이 부분이 수소경제가 공격받는 부분이다. 앞으로는 전기 에너지를 통해 바로 수소를 빼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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