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이른바 ‘시정연설’에서 밝힌 남북관계 입장은, 임기 말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을 쥐락펴락하면서 대한민국 안보를 약화시키고, 나아가 한국과 미국을 이간시키겠다는 일석삼조 목적이 선명해 보인다. 최근 김여정 등을 통해 유사한 입장을 밝힌 뒤 청와대가 남북 대화에 몸이 달아 있음을 확인하고, 이번엔 김정은이 직접 나선 것이다. 우선, 김정은은 “10월 초부터 통신 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면서 “북남 관계가 회복되고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동안 북한 측이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끊고 잇고 했음을 고려하면, 사과를 해도 부족할 텐데 큰 생색을 내듯이 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행태다.

둘째, 문 대통령이 집착하는 종전선언을 역이용해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폐기돼야 한다”면서 “미국과 남조선이 도를 넘는 무력 증강, 동맹 군사활동을 벌이며 안정과 균형을 파괴하고 충돌 위험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한미훈련과 첨단무기 배치, 불순한 언동의 중단도 요구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최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적대세력의 군사적 준동 억제용’으로 합리화했다. 북한의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공무원 사살 등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북한 주장을 수용하면 한미 동맹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셋째, 김정은은 “새 미국 행정부 출현 이후 8개월 동안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를 할 때 하더라도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남조선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고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이간을 노린 전술이다. 대한민국 정부라면 결코 이런 대남 공작에 휘둘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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